나라빚, 효율성 높이고 증가 속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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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빚, 효율성 높이고 증가 속도 관리해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5.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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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 규모를 늘리면서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논란도 극심하다.

박준환 기자
박준환 기자

현재 지출 속도로는 나라 살림이 빠르게 나빠져  국가 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아직 재정 여력이 튼튼하므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더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이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지 논의할 예정이어서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 가지 논리 모두 일리가 있다. 걱정하는 측은 나라빚이 너무 빨리 늘고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반대론자들은 지금은 비상시국인 만큼 빚의 규모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추경편성에 따른 정부 재정 수지와 국가채무 비율 조정현황.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편성에 따른 정부 재정 수지와 국가채무 비율 조정현황. 사진=기획재정부

그렇다면 나라빚은 얼마일까?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는 819조 원에 이른다.

중앙정부 채무는 2018년 651조 8000억 원에서 2019년 699조 원, 올해 2월 725조 2000억 원, 3월 731조 6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지방정부 채무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편성 당시 39.8%였다가 2차 추경 통과 이후 41.4%로 올라갔다. GDP의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재정당국의 금과옥조였는데 이는 이미 깨졌다.

더욱이 정부가 다음달 초 고용 대책 등에 필요한 재원을 담은 3차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인데 규모는 20조~3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차 추경 재원의 상당 부분을 기존 예산을 줄여 마련했지만 3차 추경은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채 발행은 곧 나라빚이 는다는 뜻이다. 정부가 만약 30조 원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올해 국가채무는 849조 원이 된다. 올해 명목 성장률이 0%라고 가정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44.4%에 이른다. 지난해(38.1%)보다 6.3%포인트 올라간다.

이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어서 걱정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정부가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2년에 국가채무비율이 44.2%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보다 2년 앞당겨지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수축되고 있고 외국도 막대한 빚을 내 경기 대응에 나서는 만큼 재정 건전성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부채가 20조 달러가 넘는 미국이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것을 보면 이런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당장 빚을 늘리더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 놓아야 나중에 부채도 갚을 수 있다는 논리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집권 여당과 청와대는 부채비율의 절대 수준이 외국과 비교해 건전한 편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 수치만 보면 이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반정부(중앙·지방정부+비영리 공공기관) 채무 비율은 40.1%로 미국(106.9%), 일본(224.1%), 영국(111.8%), 독일(70.3%) 등보다 낮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눈을 부럽뜨고 경계해야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재정당국은 증가 속도를 걱정한다다.국가채무비율은 1997년 11.4%에서 지난해 38.1%까지 연평균 1.2%포인트씩 상승했다. 올해는 6%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8년 뒤인 2028년엔 5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곳간을 책임진 재정당국이 국가부채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유사시 화폐를 찍어 재정에 보탤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염려거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조차 지난달 국회에서 “최근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또 있다.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 연금 등 보증채무도 있다.

찬반양론, 갑론을박 중 어느 것을 택일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함이 필요하다. 빚을 내되 그 빚의 쓰임새,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혈세로 마련한 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 돈을 퍼부어 경기가 진작될 만한 사업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난을 겪는 가계에 비록 적은 돈이라는 할지도로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은 생명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긴급자금 지원을 백안시 할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곳에 집중 투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당·정·청은 내년도 예산 편성과 중기 재정운용계획 마련에 앞서 이달 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 규모나 국가채무 관리 방안을 놓고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표를 의식해 돈을 마구 풀려는 여당의 의욕을 곳간지기 재정당국이 얼마나 냉각시킬지가 중요하다. 누구를 비난하기보다는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중지를 모으는 게 더 현명할 것이리라.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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