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고용보험, 신중한 논의와 정밀한 부과체계 필요하다
상태바
전국민 고용보험, 신중한 논의와 정밀한 부과체계 필요하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5.11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가 공식화됐다.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해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정부는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데 구직급여, 취업촉진수당, 연장급여, 상병급여 등을 말한다.

2020년 4월 고용보험 현황. 사진=고용노동부
2020년 4월 고용보험 현황. 사진=고용노동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당장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학습지 강사나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나 예술인 등의 경우 빠르게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있는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갑자기 일자리를 잃을 경우 가계가 무너질 수 있고  실업의 고통과 가계붕괴를 막아주는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고용보험제도 도입 논의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이다. 그런 점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방침을 대선에서 특수직 노동자 등의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의 일단이라고 무조건 비난할 일은 아니다. 

청와대가 단계별 도입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은 당연하면서도 긍정으로 볼 대목이다. 학습지 강사나 골프장 캐디 등 자영업자로 분류된 노동자. 프리랜서와 예술인 등이 고용보험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득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누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며 어떻게 징수할 지 등도 자세하게 정하고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 소득 파악 체계 구축과 적용, 징수체계 개편 등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단계별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올해 중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해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및 예술인들이 내년부터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일정을 밝혔다.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관련법만 국회를 통과하면 이들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럼에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을 정부는 귀담아 들여야 한다. 소득액 기준 보험료를 산출하면 준조세나 다름없는 건강보험 시스템과 다를 바 없어 결국 ‘준조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미납하거나 체납하면 온갖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고용보험은 소득이 아닌 월 급여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근로자의 고용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용자 각각 0.8% 부담한다.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의 경우 급여를 자동으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득 기준, 부담액 등 새로운 부과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에는 시간이 들게 마련이다.  강 대변인도 "자영업자의 경우 중요한 게 소득파악인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또 아직 충분한 사회적 대화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4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 2778만9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77만5000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고용보험 가입 확대는 필요하다.더욱이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48만3000명에 이르지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는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 가입 자영업자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0.2%인 2만4731명에 그쳤다. 자영업자들은 2012년부터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보험료 전액을 혼자 부담해야 하고 소득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가입을 기피해 가입률은 저조하다.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해서는 가입을 꺼리는 자영업자 설득이 급선무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보험 가입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4월에만 9933억 원에 육박하고 실업급여 수급자 수도 65만1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용보험으로 주는 실업급여로 실업의 칼바람을 덜 받았다는 반증이 되다. 그런 의미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세심한 준비를 거쳐서 시행할 필요가 크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