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의 생존전략 '배터리 동맹'...전고체 배터리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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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의 생존전략 '배터리 동맹'...전고체 배터리 만드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5.14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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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50)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3일 오전 10시 충남 천안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이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 정 수석부회장을 초청했고, 초청에 응한 정 수석 부회장은 삼성SDI공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함께 했다. 

정의선 현대그룹 이사회 의장.사진=현대그룹
정의선 현대그룹 이사회 의장.사진=현대그룹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천안 회동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강력히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할 전기자동차(EV)에 삼성SDI 배터리를 쓸 수 있을지 등을 이 부회장과 논의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삼성측에선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 종합기술원장(사장) 등이, 현대차에선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황성우 삼성 종기원장으로부터 1회 충전에 약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설명들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전지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전지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압도할 것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최근 한번 충전으로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기술을 발표했다.

수십 분 동안 충전해야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고체 배터리는 단 몇 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전고체 배터리의 강점이다. 배터리 형태를 바꾸기도 쉬워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에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선 자율주행과 친환경을 화두로 한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과 GM이 총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합적법인을 설립했다. 토요타와 파나소닉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한 배를 탔다.

업계는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삼성과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협력 방안을 찾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용도로 삼성SDI 배터리를 납품받지 않았다. 여기에는 삼성과 현대차가 국내 재계에서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라는 점도 있지만, 현대차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삼성SDI는 주로 캔형(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국내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만든다.  
 
현대차가 지난 한해만 3만 대 넘게 수출한 코나 일렉트릭(EV)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아차의 니로 EV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들어갔다. 삼성SDI는 지난해 코나 일렉트릭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현대차와 여러 차례 공동 테스트를 했지만 최종 납품은 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회동으로 배터리 설계부터 두 회사가 협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면서 23종은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방침이다. 내년 초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지만 추가 발주나 후속 차량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삼성이 완성차에 뛰어들었을 당시 연구개발·마케팅 등 여러 직종에서 인력 유출을 겪어 불편한 심정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부회장이나 정 수석 부회장 등 3세 경영인은 과거의 악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어 앞으론 협력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배터리 외에도 하만의 전장사업이나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현대차와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절실하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삼성의 반도체나 5G네트워크 기술과 협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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