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커피 생산국 딜레마...일꾼 의존 vs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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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드러난 커피 생산국 딜레마...일꾼 의존 vs 자동화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5.1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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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 확산으로 남미 커피 재배농들이 직면한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확 자동화냐 일꾼에 의존하는 전통방식의 수확이냐가 그것이다. 수확기를 사용하면 수십 명의 일꾼을 덜 고용해도 된다.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가 좁고 산비탈에 커피를 재배하는 콜롬비아 등은 수확 자동화가 어렵다. 수확을 위한 일꾼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계비용은 들지 않지만 인건비가 들고 생산성이 낮다.  

 코로나19로 전세계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수확철 일꾼을 구하기 어려운 중남미에서 생산량 감소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세계 커피 공급 사슬. 붉은색이 아라비카종 산지, 보라색은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종 산지.파랑색이 로부스타종산지다.사진=ICE USA
세계 커피 공급 사슬. 붉은색이 아라비카종 산지, 보라색은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종 산지.파랑색이 로부스타종산지다.사진=ICE USA

14일 로이터통신과 뉴욕탕미스 등에 따르면,  커피콩 수확은 커피 생산에서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커피산지인 콜롬비아와 중남미 국가에서는 커피를 주로 언덕비탈에 재배해 기계화가 불가능해 오로지 인부를 동원해 수확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간 봉쇄령 등으로 남미 커피 농가들은 근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롬비와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주로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한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한다. 커피 대국 브라질은 둘다를 생산한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과 베트남이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이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브라질은 2018년 6200만 백(60kg)을 생산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이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도 수시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국별 세계 커피 생산량 비중. 사진=미국농무부
국별 세계 커피 생산량 비중. 사진=미국농무부

반면 콜롬비아는 1990년대 초, 과테말라는 20년 전에 역대 최대 생산량 기록을 세웠을 뿐이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서는 재매농들이 커피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라질 커피 재배면적 당 수확량을 뜻하는 생산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엔식품농업기구에 따르면, 브라질의 헥타라당 생산량은 지난 10년간 40% 이상 증가했다. 헥타르당 약 1.5t이다. 베트남은 약 2.5t으로 18% 증가했다.

콜롬비아도 12% 정도 상승했지만 생산량은 헥타르당 1t을 크게 밑돈다. 중남미 국가들은 오히려 약 3% 감소한 0.6t 수준이다.

브라질의 수확량 증가는 기계화 덕분이다. 브라질의 커피 주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주의 커피 재배농가는 지하관계시스템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수확기계를 사용한다. 수확량이 늘고 매출이 늘면서 커피 선물 가격이 낮아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산악지역의 소규 농장에서 수확 일꾼에 의존해야 하는 콜롬비아 등지의 커피 재배농은 가격 하락에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콜롬비아, 페루와 에콰도르는 임시 노동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커피 생산국이다.

로부스타종 커피 수확은 끝나고 있는 반면, 남미의 아라비카종 커피 수호가은 이제 시작이다. 이에 따라 남미 커피업계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커피재배자협회에 따르면, 프리미엄 등급 원두 '아라비카'의 65%를 생산하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은 약 125만명의 노동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커피 주요 소비국과  커피수입업체, 중개회사들은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에 수확을 위해 근로자들이 모이면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커피나 항만 운영 등 식량 생산에 관련된 일부 근로자들에 한해서만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했을 뿐이다.

전문 커피 중개업체인 카라벨라커피는 4월 말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에서 수백명의 관련 커피 재배농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 대부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커피농장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커피콩 수확이 최대 1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카벨라커피는 분석했다.

지난 4월 콜롬비아의 커피 수출은 코로나19 규제 이행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 감소했다.

이탈리아 일리에 정기로 원두를 공급하는 파울로 아르멜린(Paulo Armelin)은 브라질 남동부에 위치한 미나스 제라이스 주에서 커피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적은 수의 노동자들과 함께 재배를 시작할 것이고 속도는 크게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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