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주, 비불어권 이민자에 문호 좁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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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 비불어권 이민자에 문호 좁히고 있어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0.05.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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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경험이민(PEQ) 이민자, 실무경력 증명해야

캐나다 퀘벡 주정부가 비 불어권 이민자에게 이민 문호를 크게 좁히는 모양새다.

캐나다의 불어권 국영방송 라디오-꺄나다(Radio-Canada)가 28일(현시시각) 보도한 퀘벡 주정부의 PEQ, 즉 퀘벡경험이민에 관한 개정 내용을 보면 그동안의 몬트리올 교민사회가 우려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캐나다-미국 국경 모습.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폐쇄돼 있는데 불어를 못하는 비불어권 이민자들에겐 이 문은 더욱더 좁아질 전망이다. 사진=라디오꺄나다
캐나다-미국 국경 모습.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폐쇄돼 있는데 불어를 못하는 비불어권 이민자들에겐 이 문은 더욱더 좁아질 전망이다. 사진=라디오꺄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학위취득을 통한 PEQ든, 임시 외국인 노동자 PEQ든 반드시 실무 경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PEQ를 통해 영주권을 획득하려는 사람은 최소한 1년 동안의 근무 경력이 있어야만 한다. 

근무 기간은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직업학교 졸업자의 경우 CSQ를 신청하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이내에 2년 이상을 풀타임(상근직)으로 근무한 경력을 증명해야 한다. 

정규대학 졸업자, 석박사, 기술/공학 전문 칼리지 졸업자도 풀타임 근무 경력 1년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근무 경력은 반드시 취득한 학위와 직접 연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농장 잡역부나 식당 웨이터, 웨이트리스 등 단순노동은 경력에서 제외된다.

PEQ 조건이 이처럼 강화된 것은 PEQ로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 때문이다. 

퀘벡 주에 이민을 신청한 사람이 캐나다 연방의 영주권을 받으려면 퀘벡 주가 발행하는 CSQ(퀘벡주 이민 선발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한데, 2019년 한 해에 PEQ를 통해 CSQ를 받은 사람이 1만 5000명이었다.  

시몽 죨랭 바레뜨(Simon Jolin-Barrette) 퀘벡 이민부장관은 퀘벡 주정부가 원격지의 노동력 수요를 신속히 해결하고자 새로 도입한 이민 프로그램 아리마(ARRIMA)가 마비될 지경으로 PEQ 쏠림 현상이 극심해져서 개정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시몽 죨랭 바레뜨 퀘벡 이민부 장관. 사진=라디오꺄나다
시몽 죨랭 바레뜨 퀘벡 이민부 장관. 사진=라디오꺄나다

바레뜨 장관은 앞으로 아리마를 통해 퀘벡 주정부가 선발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이민을 우선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개정안은 올 여름 중으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원래 20일이 걸린 CSQ 신청, 접수 및 검토가 6개월로 연장됐다.

CSQ 신청서를 보낸 후 이민부로부터 접수 여부에 관한 연락을 받는 데 최소한 6개월이 걸리게 됐으므로 비자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이민신청자나 유학생들이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위 취득, 다시 말해 퀘벡 현지 유학을 거치지 않고 현지 노동시장에 곧장 뛰어드는 임시 외국인 노동자 PEQ는 학위취득 PEQ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격요건이 강화됐다. 

CSQ를 신청하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4년에 걸쳐 3년 이상을, 풀타임으로 근무한 경력을 증명해야 하므로, 한국인이 영주권 없이 캐나다로 건너가 외국인 노동자로서 PEQ를 신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번 퀘벡경험이민 개정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비 불어권 출신자들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은 PEQ 신청 당사자는 물론, 그 배우자도 초급 이상의 불어 수준(B1)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퀘벡 주정부는 불어 능력을 인증하는 다양한 서류를 인정해줬으나, 이민부의 조사 결과 적지 않은 부정이 드러났다. 

PEQ 신청 당사자가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불어 중상급 수준(B2) 인증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퀘벡 주경찰의 부정부패 특별수사반까지 나서서 조사를 벌였다.

그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교육청이 발행하는 불어능력 인증서는 퀘벡 주 이민부가 공식 인정하는 서류에서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앞으로 불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퀘벡 주 이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퀘벡 주 현지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COVID-19 사태로 수십 만 명이 실직하는 상황에서 직업학교를 졸업했다고는 하나 언어도 원활하지 않고, 나이에 따르는 신체능력도 떨어지는 외국인이  CSQ 신청서 제출 이전 3년 이내에 2년 동안 실무경력을 쌓기는, 그것도 파트타임도 아니고 풀타임 경력을 쌓는다는 것은 참으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격이라 하겠다. 

결국 퀘벡 주정부는 프랑스를 위주로 불어권의 젊은 인력을 집중 유치하겠다는 그간의 암시를 이번 PEQ 개정안을 통해 구체화, 공식화한 셈이다. 

PEQ가 캐나다 영주권을 얻는 데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는 소문을 따라 한국인이 몰려들면서 몬트리올 교민사회의 규모는 5~6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커졌다. 앞으로 몬트리올 한인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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