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캐나다 연방정부에 재정지원 요청 논란
상태바
'태양의 서커스', 캐나다 연방정부에 재정지원 요청 논란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6.01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비스트 동원해 연방 장관 5명 접촉...퀘벡주정부 미화 2억 달러 지원

'태양의 서커스(le Cirque du Soleil)'는 퀘벡 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연단체로서 1984년 설립 이래 2000년대에 들어와 매년 10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구촌 전체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에 처해 캐나다 연방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 대주주들이 5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퀘벡주가  2억 달러를 대출한데 이어 연방정부까지 자금지원에 나선다면 퀘벡주는 물론 캐나다를 대표하는 공연인 '태양의서커스'가 회생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장면. 사진=주르날드몽레알
'태양의 서커스' 공연장면.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태양의 서커스' 다니엘 라마르(Daniel Lamarre) 최고경영자(CEO)가 빌 모르노(Bill Morneau) 캐나다 연방 재무부장관을 직접 접촉해 재정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모르노 장관은 코비드-19로 큰 어려움에 처한 라마르 CEO의 호소를 경청했다. 로비스트 면담기록에 따르면, 다니엘 라마르와 빌 모르노 장관의 만남은 지난 4월 10일에 이뤄졌다.

라마르 회장은 모르노 장관에게 태양의 서커스를 짓누르는 부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보조금 지원 또는 대출을 요청했으나 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태양의 서커스' 부채규모는 미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300억 원)로 알려졌다.

라마르는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에서 예정된 모든 공연이 취소됐으나 곡예사들을 비롯한 공연팀의 기량 유지 등 서커스단의 활동 자체는 지속해야 하는 만큼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최고경영자(CEO)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최고경영자(CEO)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라마르가 접촉한 연방정부 고위 관계자는 빌 모르노 장관만이 아니다. 라마르는 4월14일에는 나브딥 베인스(Navdeep Bains) 과학산업혁신부 장관도 접촉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3일에는 스티븐 길보(Steven Guilbeault) 캐나다 연방 문화유산부 장관과 그의 수석 고문 노에미 당스로-라부와(Noémie Dansereau-Lavoie), 그리고 멜라니 죨리(Mélanie Joly) 산업개발부 장관과도 통화를 나눴고, 이틀 뒤에는 길보 장관의 수석 보좌관인 마띠외 부샤르(Mathieu Bouchard)를 직접 만났다. 

지난 3월에는 '태양의 서커스' 소속 로비스트들이 멜라니 죨리, 스티븐 길보, 그리고 프랑수와-필립 샹빠뉴(François-Philippe Champagne) 외무부 장관을 접촉하는 등 지금까지 태양의 서커스가 접촉한 연방정부 장관은 모두 다섯 명으로 알려졌다. 

꺄롤린 꾸이야르(Caroline Couillard) '태양의 서커스' 대변인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경영 위기에 접어든 서커스단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수준의 토의였을 뿐 연방정부와 실제로 진행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태양의 서커스' 대주주들도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주요 주주인 미국 투자펀드 TPG, 중국 포순투자그룹(Fosun International), 퀘벡예금투자펀드(Caisse de dépôt et placement du Québec)는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TPG가 2750만 달러(55%), 포순 1250만 달러(25%), 퀘벡예금투자펀드 1000만 달러(20%)다.

'태양의 서커스' 대주주들은 지난 3월 채권자에 대한 지불을 정지하기 직전, 서커스단이 소유한 국제 지적소유권을 포함한 주요 자산을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룩셈부르크로 보냈다가 퀘벡 주의 다른 업체 앞으로 되가져와서 이를 담보로 삼았다. 대주주들은 서커스단이 파산할 경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은 이런 행위에 분노했고 언론 기고문으로 불만을 터뜨텼다. 

 

주르날드몽레알은 "이 금액은 '태양의 서커스'의 활동을 안정시킬 것"이라면서 "태양의 서커스가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연을 취소하고 거의 전 직원을 해고한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퀘벡주 정부도 구원에 나서고 있다. 퀘벡주정부는 최근 2억달러를 대출하기로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태양의 서커스'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왜 퀘벡주 정부가 케이만군도에 있는 외국 기업을 위해 구원에 나서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즉 퀘벡예금투자펀드와 두 파트너를 구원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퀘벡주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퀘벡예금투자펀드는 퀘벡사람들이 맡긴 자산 3400억 달러를 운용하는 회사다. 그런데 지난 2월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é) 공동창업자의 지분 10%를 취득하고 3주 뒤 '태양의 서커스'는 모든 공연을 취소하고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퀘벡예금펀드는 현재 '태양의 서커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용을 제공하고 수억 달러의 추가자금을 투입할지는 퀘벡예금펀드에 달려 있는 것이지 주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가.

'태양의 서커스'에는 퀘벡예금투자펀드를 통해 공적기금이 대량 투입된 만큼 주요 채권자들과의 협의 없이 비밀리에 연방정부를 접촉한 다니엘 라마르 CEO의 최근 움직임도 퀘벡 정가에서 상당한 논란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