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국가 캐나다, 퀘벡주 유색 소수인종 공무원 2만6000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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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국가 캐나다, 퀘벡주 유색 소수인종 공무원 2만6000명 부족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6.1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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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유통공사 직원 중 유색인종은 단 1.6%...2013년 대비 3배 늘어난 게 이 수치

세계 각국이 피부색과 종교에 따른 차별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공무원 중 유색 소수인종 구성원의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캐나다의 '눈으로 봐도 분명한 소수인종(Visible Minorities)'이 1961년 인구의 1%미만에서 2016년 22.3%로 급등했다. 이처럼 소수인종이 크게 늘었어도 공직에 있는 유색인종은 아직도 드물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의 '눈으로 봐도 분명한 소수인종(Visible Minorities)'이 1961년 인구의 1%미만에서 2016년 22.3%로 급등했다. 이처럼 소수인종이 크게 늘었어도 공직에 있는 유색인종은 아직도 드물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의 불어권 국영방송 라디오-꺄나다(Radio-Canada)는 9일(현지시각) 유색 소수인종의 공직분야 진출 부진을 '조직적인 인종차별'이라고 잘라 말한 퀘벡 인권청년권익위원회(la Commission des droits de la personne et des droits de la jeunesse; CDPDJ)의 분석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퀘벡주의 손꼽히는 공기업인 퀘벡주류유통공사(La Société des alcools du Québec; SAQ) 임직원 7500명 가운데 유색 소수인종 직원은 1.6%인 122명에 불과하다.  2013년에 비하면 세 배나 늘어난 숫자이지만, 모자라도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퀘벡주 공공기관 331군데의 고용평등 현황을 조사한 퀘벡 인권청년권익위원회(la Commission des droits de la personne et des droits de la jeunesse; CDPDJ, 이하 퀘벡인권위)는 SAQ가 인종간 고용평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려면 유색 소수인종 직원이 691명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퀘벡인권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퀘벡 공직분야의 유색 소수인종 목표치 10.4%를 채우려면 2만6307명을 더 고용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퀘벡인권위는 공직 분야의 유색 소수인종의 비율이 2009년의 2.7%에서 2019년에는 6.3%로 크게 늘었지만 전체 공무원 숫자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미미하다고 결론지었다.

미를랑드 삐에르(Myrlande Pierre) 퀘벡인권위 부위원장은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유색 소수인종의 비율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그 비율은 여전히 보잘것없으며 원래 목표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퀘벡 주 최대의 공기업인 퀘벡전력공사(이드로 께벡 Hydro Québec) 역시 전체 1만 9000명 임직원 중에 유색 소수인종은 706명에 그쳤다.  2013년에 비하면 두 배나 늘어난 숫자이지만, 인종간 고용평등 목표치인 10%에 비하면 1217명이 모자라는 셈이다.  

퀘벡 전체 인구의 13%가 유색 소수인종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공직분야 진출이 크게 부진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예는 한둘이 아니다. 

미를랑드 삐에르 퀘벡인권위 부위원장은 이를 두고 조직적인 고용차별을 넘어 조직적인 인종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퀘벡인권위의 보고서 발표 이후, 프랑수와 르고(François Legault) 퀘벡 주수상은 유색 소수인종의 공직 접근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차별'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2012년 퀘벡인권위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의 특성이나 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퀘벡식 성명을 가진 구직자가 아프리카, 아랍, 중남미식 이름을 가진 사람에 비해 채용되는 확률이 60%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퀘벡인권위가 말하는 유색 소수인종은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과 스스로 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퀘벡 주의 유색 소수인종 그룹은 흑인, 아랍인, 중남미인, 서남아시아인 순이며 아메리카 원주민은 퀘벡인권위의 통계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퀘벡 주의 공공기관은 분야마다 유색 소수인종 고용 목표치가 다르다. 그 비율은 백인이 아닌 사람 중에서 채용 자격을 지닌 사람의 지원 비율과 기관별 전문 분야 및 지역 특성에 따라 정해진다. 유색 소수인종 고용 목표치는 그야말로 목표치일 뿐 강제 할당분이 아니다. 

퀘벡인권위는 각 기관과 유색 소수인종 고용 목표를 협의해 정한다. 

현재 퀘벡 주정부의 각 부에는 유색 소수인종을 얼마나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가 없으나 퀘벡 재무부는 오는 2023년까지 주정부 차원의 '다문화 공동체 구성원' 채용 비율을 1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다문화 공동체 구성원이라 함은 유색 소수인종은 물론 백인이더라도 모국어가 영어, 불어가 아닌 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2019년 3월 31일 현재 퀘벡주의 정규직과 임시직 공무원 중 유색 소수인종은 12.21%였다. 2015년의 8.4%에 비해 분명히 늘어난 수치다. 

몬트리올과 라발(Laval) 시 공무원 중 31%가 유색 소수인종이었는데, 정부는 이 비율을 오는 2023년까지 41%로 높일 계획이다. 

퀘벡주 유색 소수인종 인구의 십중팔구는 광역 몬트리올 지역(몬트리올 섬, 북부 라발, 남부 리브-쉬드 Rive-Sud)에 산다.  몬트리올 시의 경우, 시민 셋 중의 한 사람은 유색 소수인종이다. 

퀘벡인권위는 유색 소수인종뿐 아니라 여성, 캐나다 원주민, 다문화 공동체 구성원, 장애자 등의 공직 진출 현황도 분석했다.

퀘벡 공공기관의 여성 비율은 2009년의 53.9%에서 2019년에는 65.3%로 증가했다.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지 않은 분야는 간부직 및 전통적으로 남성이 전담해 온 직종뿐이었다.

캐나다 원주민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진출하는 분야도, 그 비율도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캐나다 원주민의 퀘벡 주 공직 채용 비율은 고작 0.3%에 그쳤다.

장애인들의 퀘벡 주 공직 진출 또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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