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김정은,영변핵시설 폐기 조건 유엔 제재해제만 고집"
상태바
볼튼"김정은,영변핵시설 폐기 조건 유엔 제재해제만 고집"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06.25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일 출간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서 주장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정식 출간됐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관련 사안들을 많이 담았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이 23일(미국 현지시각) 공식으로 출간돼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VOA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이 23일(미국 현지시각) 공식으로 출간돼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VOA

볼튼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실제 만남, 그리고 그 이후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25일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따르면, 볼튼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회담 당일인 2018년 6월12일 오전까지 미국과 북한이 합의문 등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알려진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김 위원장의 축소 또는 전면 중단 희망을 트럼프 대통령이 선뜻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 접근법을 따르기로 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명시해, 두 정상 사이에 ‘단계적 접근법’과 관련한 대화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김 위원장은 유엔 제재 해제가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느냐는 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자 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에 열려 있으며, 생각해 보길 원한다”고 대답했다고 볼튼은 주장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해 간 ‘북한 비핵화의 정의’를 담은 문건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넸는데, 여기에는 북한의 핵은 물론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를 조건으로 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만을 고집해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도달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도 내놓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가다 보면 궁극으로 큰 그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튼 전 보좌관은 전했다.

볼튼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분적 제재 완화’까지 시사하며 김 위원장에게 영변 폐기 외에 추가 양보를 희망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 역시 거절했다.

두 정상의 세 번째 만남으로 기록된 판문점 회동은 사실상 즉흥으로 이뤄졌다는 게 볼튼 전 보좌관의 해석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20개국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었는데 독일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처음으로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런 내용은 미 대표단조차 이 때 처음 들었다. 

볼튼 전 보좌관은 당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을 3자 회담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자기가 당시 회담이 양자 회동이라는 점을 밝히며 반대하자 문 대통령은 자기가 김 위원장을 맞이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했다고 볼튼 전 보좌관은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런 계획을 북한에 설명했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뜻을 따르고 싶지만 북측의 입장이 그렇다는 점을 거듭 밝히며 거절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도 자기들이 포함된 3자 회담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튼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볼튼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달성, 미북 간 종전 선언 등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한 그의 오랜 거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VOA는 전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존볼튼 트위터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존볼튼 트위터

트럼프 행정부는 볼튼 전 보좌관이 회고록의 내용과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그를 강하게 비난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볼튼 전 보좌관이 완전히 신임을 잃었다면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그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있으며, 언론들도 볼튼 전 보좌관이 말한 내용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알아챈 것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들이 전적으로 자기 재선을 위한 것이었다는 볼튼 전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서  볼튼을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이보다 앞서 18일엔 '미치광이'라며 "그의 멍청한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