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인프라 투자에 '구리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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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인프라 투자에 '구리 시대' 온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6.28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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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구리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이 전망했다.  대표적인 산업재인 구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 우려로 3월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교량, 도로, 항만, 통신망 확충 등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들을 속속 발표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측도로 '박사금속'이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가 명성을 날릴 날이 다시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칠레 구리 생산업체 코델코의 공장 내부 모습. 사진=코델코
칠레 구리 생산업체 코델코의 공장 내부 모습. 사진=코델코

28일 CNBC에 따르면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테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조사 보고서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 정부의 친환경 투자와 디지털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이는 "구리 수요 증가를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지난 26일(현지시각) t당 5985.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LME에서 구리가격은 지난 3월23일  t당 4617.5달러로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구리 선물가격도 회복 중이다. 지난 3월23일 파운드당 2.101달러로  2016년 10월 이후 최저가로 내려앉았던 구리 9월 인도분 가격은 26일 2.679달러까지 회복했다. 올들어 이날까지 4.2% 내렸지만 상당한 회복력을 발휘했다. 이는 세계 구리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칠레와 페루의 구리 생산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광산 휴업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가격 추이.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가격 추이. 사진=한국자원정보서비스

글로이스테인은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대규모 그린·디지털 경기부양책은 구리 수요 붐의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면서 "전기차, 5세대(5G) 네트워크, 재생가능 전력생산 등은 모두 구리를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청정에너지, 디지털화로 연평균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2.5% 증가해 2030년 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이스테인은 또 전기차 산업이 구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금의 1%에서 2030년에는 1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정책변화가 구리 수요 증가의 주요 역할을 하고 교통상의 전환이 구리 사용의 최대 단일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골프와 볼트에 들어간 구리와 알루미늄, 철 성분 비교. 사진=UBS
전기차 골프와 볼트에 들어간 구리와 알루미늄, 철 성분 비교. 사진=UBS

그는 또 올해는 구리 수요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최대 5% 감소하겠지만 대규모 경기부양 덕에 내년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4%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다른 전문가들도 구리수요 확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달초 구리 가격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올해 구리 가격은 전년에 비해 5.4% 오른 t당 5621달러로 높였다. 내년 전망치는 이전과 동일한 t당 6250달러를 예상했다.

BofA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구리 가격 전망 상향조정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구리 가격이 위기 이전 수준을 신속히 회복할 것으로 낙관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전세계 경기부양책, 중국의 인프라 지출, 공급차질이 구리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구리 사용 확대가 줄 정치적 함의도 있다. 전 세계 구리의 최대 소비자 지위를 가진 중국은 구리 생산 지역에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유라시아그룹은 전망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이 지난해 구리 약 1300만t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이스테인은 "일대일로 참가국이면서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 페루에서 중국의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중 수출은 칠레 총 수출의 약 3분의 1하며 칠레의 대중 수출은 대미, 대유럽 수출의 두 배에 이르러 이들 나라의 대중 의존도와 이에 따른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유라시아그룹은 꼬집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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