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재배 면적 늘었지만 우리밀 살릴 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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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재배 면적 늘었지만 우리밀 살릴 길 있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6.28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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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 겨우 5000ha, 밀자급률 1%대.. 대한제분협회 7개사 국내 밀시장 독점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해 정부가 밀 재배를 권장하면서 한때 재배면적이 1만3000ha까지 늘어난 우리밀 재배면적이 2019년 3736ha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5224ha로 증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39.8%, 1487ha 증가했다. 보리와 감자, 사과,배 재배 면적적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다행이다. 그러나 밀 유통은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 대한제분협회 소속 7개사가 완전히 장악돼 있다. 이들은 값싼 수입밀을 사서 밀가루를 만들어 식용과 사료용으로 판매하면서 우리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과연 우리밀의 살길은 무엇일까?

2020년 현재 전국 밀 재배면적. 사진=통계청
2020년 현재 전국 밀 재배면적. 사진=통계청

그간 우리밀 소비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로 밀재배 면적이 크게 줄었다. 소비가 안 되는 것은 우리 식품업체들이 우리밀을 외면하고 수입밀을 선호하는 탓이 컸다. 일본은 4%까지 떨어진 밀 자급률을 최근 12%까지 끌어올리는 데 30년의 시간과 정책, 노력을 쏟아부었다. 우리 정부가 짧은 기간 내에 밀 자급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밀 자급률 상승 요인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28일 통계청의 '2020년 맥류, 봄감자, 사과, 배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밀 재매면적이 뒷밀재배 면적은 2018년 6600ha에서 지난해 3736ha까지 줄었다가  올해는 5224ha로 39.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겉보리(2675ha·-26.8%), 쌀보리(3603ha·-15.6%), 맥주보리(2464ha·-23.2%) 재배면적이 재고, 농협 계약가격 하락, 파종기 태풍 영향에 감소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밀 재배 면적은 2016년 1만440ha에서 2017년 9283ha로 줄었고, 2018년 6600ha, 2019년  3730ha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 밀 재배면적은 지난 2000년에 919ha에 불과했으나 우리밀을 살리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정부의 재배 권장 정책에 따라 2010년에는 1만 2548ha로 크게 불어났다. 10년 만에 10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최근 20년간 가장 많은 1만 3044ha로 늘어났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농식품부는 2018년 초에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밀 자급률 목표를 9.9%로 세웠다. 10년간 평균 국산 밀 자급률이 1.4%에 불과한 데 따른 대책이었다.

우리밀 자급률이 떨어진 것은 우리밀 소비가 안되기 때문임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32.2kg에 이른다. 주식인 쌀에 이어 두 번째로 소비량이 많다. 그럼에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밀 자급률은 2016년 1.8%에서 지난해 0.8%로 오히려 급락했다.  소비하는 밀의 99%가 수입밀인 탓이다.

현재 국내 밀 시장은 7개의 대형․중견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분협회 회원사들이다. 한국제분협회 회원사는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CJ제일제당, 삼화제분, 한탑이다.이들은 외국밀을 대량으로 수입해서 제분하고, 가공 식품으로 제조하고 있는 등 유통채널을 완전히 지배한다. 

대한제분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은 연간 약 200만~300만t의 밀을 수입해 약 160만~170만t의 밀가루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원료인 제분용 밀의 수입 대상국은 주로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이다. 2018년 수입량은 240만t이었다. 현재 밀 수입은 미국에서 50%, 호주에서 45%, 캐나다에서 5%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밀은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경쟁력이 낮다. 지난해 국산 밀 가격은 1㎏당 975원으로, 외국산 밀의 343원보다 무려 2.8배 높았다. 밀 농업 규모가 적고 인건비 등 생산비가 많이 들어 가격경쟁에서 외국밀에 밀리고 있다.

이러니 국내에서 생산된 우리밀이 설 땅이 없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농가가 생산해도 팔 곳이 없는데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까?

우리밀을 생산,소비하는 업체들은 영농법인이나 조합 등에 불과하다. 유통채널이 많지도 않고, 가격을 대기업 제품만큼 낮출 수도 없어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밀 농가가 살고 이들의 생산을 늘리려면 국내 밀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 밀가공 업체와 대기업 식품 제조업체들이 우리밀을 적극 소비하는 게 가장 빠른 첩경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행인 것은 국내 대기업이 비록 한 곳이긴 하지만 우리밀 재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SPC다.  SPC는 식빵용 밀가루, 과빵용 밀가루, 중력 밀가루제면용 밀가루,케익용 밀가루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SPC 밀다원 사일로 전경. 사진=밀다원
SPC 밀다원 사일로 전경. 사진=밀다원

SPC그룹 2015년 4월8일 경남 의령군청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의령군, 의령군우리밀생산자위원회와 함께 ‘조경밀 특화재배단지 구축을 위한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정부, 지자체, 기업, 농가가 힘을 모아 약 147ha 면적에 100여개 농가가 참여하는 조경밀 특화재배단지를 조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밀 소비촉진과 판로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우리밀 전용 저장과 건조시설 구축 등 재배단지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며, 농촌진흥청은 고품질 우리밀 종자 개발과 함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우리밀의 재배 매뉴얼을 제작, 보급했다.

의령군과 우리밀생산자위원회는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농가들이 매뉴얼에 따라 재배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다.

밀다원 브랜드 이미지. 사진=밀다원
밀다원 브랜드 이미지. 사진=밀다원

당시 SPC그룹은 생산된 물량을 적극 수매하는 한편 우리밀 제품 개발 연구를 더욱 강화했다. SPC그룹은 당시 250t의 조경밀을 포함해 총 4000t의 우리밀을 수매할 예정이었으며, 2018년까지 이를 650t, 5500t으로 각각 확대힐 방침이라고 밝혔다.

SPC그룹은 2008년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하며 우리밀 사업을 시작했다. 밀다원은 1988년 삼진물산으로 설립됐고 1999년 밀다원으로 상호를 변경한 회사다. 군산, 김제, 해남, 강진, 부안, 하동지역 등 주요 밀 생산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꾸준히 우리밀을 수매해 왔다. SPC는 수매한 밀로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삼립식품 등을 통해 매년 40여 종의 우리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정부도 밀 자급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밀산업 육성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밀 비축제도를 시행해 고품질의 밀을 생산·비축함으로써 풍년·흉년에 관계없이 국산 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군·학교·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국산 밀 제품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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