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전철역 개칭을 두고 시민들끼리 청원 맞대결
상태바
몬트리올, 전철역 개칭을 두고 시민들끼리 청원 맞대결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6.30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짙은 어두움을 드리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난데없이 전철역의 이름을 바꾸는 문제로 두 건의 청원과 집단서명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시 리오넬 그루 전철역. 전철역 이름 개칭을 놓고 청원 경쟁이 붙었다. 사진=라프레스
캐나다 몬트리올시 리오넬 그루 전철역. 전철역 이름 개칭을 놓고 청원 경쟁이 붙었다. 사진=라프레스

몬트리올의 일간지 라프레스(La Presse de Montréal)는 29일(이하 현지 시각)  지난 1970년대 말 정해진 리오넬-그루(Lionel-Groulx) 전철역의 개칭을 둘러싼 시민들의 청원 맞대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몬트리올 시민 나베드 후세인(Naveed Hussain)은 지난주 리오넬-그루((Lionel-Groulx) 전철역에 몬트리올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며 시민들의 온라인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시민 뱅상 필또(Vincent Filteau)는 리오넬-그루 전철역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청원을 개설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필또 씨는 지하철 노선도에서 '리오넬 그루'라는 이름을 지우는 것은 과거를 망각하고 역사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데 동의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면서 "리오넬 그루가 퀘벡 현대사회에 끼친 지적 영향이 이런 식으로 잊혀지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또 씨는 시 당국이 리오넬 그루라는 이름을 오스카 피터슨으로 바꾼다면 이는 집단적 역사망각으로부터 퀘벡인들을 보호할 책임을 망각하고 몬트리올과 퀘벡 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오넬 그루. 사진=위키피디아
리오넬 그루. 사진=위키피디아

리오넬 그루(Lionel Groulx, 1878~1967)는 가톨릭 사제이자 역사가, 작가, 교수로서 퀘벡 민족주의를 확립해 현대 퀘벡사회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몬트리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1925~ 2007)은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서 '키보드의 마하라쟈(건반의 대왕)'로 불릴 만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오스카 피터슨. 사진=위키피디아
오스카 피터슨. 사진=위키피디아

누구 이름을 붙이든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청원자의 이름을 보면 사안의 미묘함이 드러난다.  오스카 피터슨을 지지하는 나베드 후세인(Naveed Hussain)은 누가 봐도 아랍계, 무슬림(이슬람 교도)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근년에 퀘벡 주정부가 공무원들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근무시간 중에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하는 법(법 21조, Loi sur la laïcité de l'État 국가의 종교적 중립에 관한 법)을 채택한 이후, 이에 가장 극렬히 반대하고 저항하는 집단이 무슬림임을 감안하면, 토박이 퀘벡인으로서는 현대 퀘벡사회의 정신적 기틀을 마련한 리오넬 그루의 이름을 지우자는 청원의 저의를 의심할 만도 하다. 

그러나 리오넬 그루의 이름을 유지하자는 뱅상 필또는 반드시 역의 이름을 바꿔야만 한다면 오스카 피터슨의 이름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2주 전에 개설된 나베드 후세인의 청원에는 1만 8600명이 서명했고, 뱅상 필또의 청원은 나흘 동안 45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오스카 피터슨의 부인인 켈리 피터슨(Kelly Peterson)은 전철역에 남편의 이름을 붙이자는 청원이 나온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몬트리올 시 당국의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피터슨 부인은 현재 온타리오 주 남부에 살고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