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만연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지사 책임자 해고만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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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만연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지사 책임자 해고만으로 될까
  • 육도삼략365
  • 승인 2020.07.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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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게임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으로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한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 잦은 야근과 상사의 잔소리, 억지 회식 등 상명하복(上命下服), 수직적인 한국 직장문화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기대 또한 크다.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지사 내부 전경.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지사 내부 전경. 사진=주르날드몽레알

그러나 세계 최대의 컴퓨터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지사(Ubisoft Montréal)의 사내 문화는 이런 예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희롱과 신체접촉 등 성추행은 물론 승진을 미끼로 한 부적절한 제안 등이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무 분위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피해 여성이 회사 측에 하소연을 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통신사의 폭로로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야 고위급 인사를 해고 사내 문화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rnal de Montréal)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AFP의 취재를 인용, 세계 최대의 컴퓨터 게임 회사 '유비소프트(Ubisoft)'의 몬트리올 지사 직원들이 사무실을 사로잡은 공포 분위기를 고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유비소프트의 프랑스 본사 또한 성희롱과 추행 스캔들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여성은 프랑스 AFP통신 인터뷰에서 '파 크라이 Far Cry` 프로젝트에 투입된 이후 두 번의 번아웃(Burn-out), 심리적 모욕과 괴롭힘, 성추행을 겪었으나 인사과 등은 자기 말에 귀조차 기울여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여성은 유비소프트의 대표적인 1인칭 총기사격 게임인 '파 크라이'에 몇 년을 쏟아부었다. 열대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지사의 붉은 벽돌 건물 안에서 개발됐다. 

모두 3000명이 근무하는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지사의 근무 분위기를  이 여성은 '독극물 범벅 같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자 직원들로부터 자기의 외모, 기분에 관한 핀잔에 시달렸으며, 상관으로부터는 승진을 미끼로 '부적절한 초대'도 여러 번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사무실을 사로잡은 공포 분위기가 너무도 끔찍해서 유비스포트를 퇴사한 지금도 자기 경력에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두려워할 정도다. 자기와 같은 일개 그래픽 디자이너가 상관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AFP가 6월 말부터 접촉한 직원 10여 명도 한목소리를 냈다. 처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컴퓨터 게임 분야의 불건전한 근무 분위기를 증언안 그들은 곧 유비소프트 그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1만8000명의 직원(여직원 20%)을 거느린 유비소프트(본사 프랑스 몽트뢰이 Montreuil)는 논란이 터진 이후 그룹의 제 2인자인 세르쥬 아스꼬에(Serge Hascoët) 게임창작국장, 세실 꼬르네(Cécile Cornet) 인사관리국장, 야니스 말라(Yannis Mallat) 캐나다 스튜디오 총괄사장, 그리고 부회장 두 명을 포함한 고위급 간부를 해고했다. 

유비소프트 로고. 사진=주르날드몽레알/AFP
유비소프트 로고. 사진=주르날드몽레알/AFP

크리스띤느 버졔스-끄마르(Christine Burgess-Quemard) 유비소프트 사장은 몬트리올 지사장으로 크리스토프 드렌느(Christophe Derennes)를 임명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지사가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선언했다. 

이브 기유모(Yves Guillemot) 유비소프트 총회장 역시 그룹의 사내문화를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지사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어느 여직원은 "성 차별주의는 몬트리올뿐만 아니라 유비소프트 그룹 내에 만연해있다"고 비판했다.

그녀가 입사하자마자 어느 팀장이 "얼굴이 예뻐서 뽑았는데, 뽑아놓고 보니 일도 잘해서 다들 놀랐다"는 얘기를 그녀 면전에서 떠들 정도였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이 여직원은 자신에게 승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9년을 근무했는데도 2년 전에 입사한 남자직원들보다 급여가 낮았던 것이다. 

어느날 이 여직원은 어떤 남자 프로그래머가 바지에 손을 꽂은 채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남자직원 사이에 여직원들의 옷차림을 상세히 묘사한 '눈요기 리스트'가 돌고 있었다.  이 여직원은 지금도 틀림없이 그런 리스트가 돌고 있을 것이라며 치를 떨었다.

또다른 여직원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표어로 사내 근무 분위기를 요약하면서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대담하고 도가 넘는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서 일과 놀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 여직원의 말에 따르면 금요일 오후 4시부터 맥주를 사서 사무실로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매년 겨울, 사무실에서 크고 작은 파티가 열릴 때마다 그녀는 엉덩이나 젖가슴을 꼬집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지만, 그 정도와 범위는 점점 확대됐다.

문제는 이런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비소프트 고위직 간부들이고, 이런 사람들일수록 더 많이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전 여직원 한 명은 인사과나 매너저에게 문제 제기를 해봤자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직원들의 불평 때문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오히려 승진합니다. 동일업무, 동일임금 얘기를 꺼내면 '스트레스 덜 받도록 권한과 책임을 줄여줄까?'라는 말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비소프트를 관뒀습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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