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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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 돈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7.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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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통화 3000조 원 이상 증가했는데도 실물경제는 돈맥경화 극심

돈이 돌지 안는다. 역대 최저금리 탓에 은행에 맡겨봐야 이자도 얼마 안 되고 부동산 투기 억제 조치로 부동산 투자도 마땅치 않아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중통화가 3000조 원 이상 늘어났지만 돈맥경화는 더 굳어지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금은 예·적금에서 수시입출식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재정지출 자금의 일시 유입으로 은행의 요구불에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통화 유동성 지표 증가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2020년 5월 통화 유동성 지표 증가율 추이. 사진=한국은행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5월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5월중 광의통화(M2)는 1년 전에 견줘 9.9%(274조4000억 원) 증가한 3046조1000억 원(평잔 원계열 기준)으로 집계됐다.

시중통화인 M2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괄하는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금융채, 금전신탁 등 까지를 포함한다.

5월 증가폭은  2009년 10월 10.5% 증가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2020년 통화와 유동성 지표 증가 추이. 사진=한국은행
2020년 통화와 유동성 지표 증가 추이. 사진=한국은행

M1도 19.3%(167조4000억 원) 늘어 1034조1000억 원을 나태냈다. 증가율은 2016년 2월 19.4% 이래 가장 크다.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M2는 1.2%, 35조4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2018년 1월(1.3%)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증가폭 기준으로는 4월(34조 원)에 이어 두 달연속 역대 최대치다.

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은 5.6%(15조7000억 원) 증가한 294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3월 4.7% 증가율을 웃도는 신기록이다.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도 1.7%(10조4000억 원) 증가한 617조6000억 원,  MMF는 20.0%(10조9000억원) 급증한 65조3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재정지출 자금이 지방정부로 일시 유입된 것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은 예금금리 하락 등이 증가에 각각 영향을 미쳤다. MMF는 분기말 빠진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형태를 반복하는 통상의 과정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M2 증가를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1.0%(15조1000억 원), 기업은 1.7%(14조6000억 원), 기타금융기관은 1.5%(7조 원), 기타부문은 1.7%(2조9000억 원)  등 모두 증가했다.

문제는 돈의 흐름이다. 통화유통속도가 뚝 떨어졌다. 1분기 기준 0.64다. 한은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단위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의미한다. 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연으로 환산해 M2로 나눠 계산한다.

본원통화의 통화 장출능력을 나타내는 통화승수도 낮아졌다. 통화승수는 M2를 본원통화로 나눠 구한다.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할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만큼 통화창출이 더디다는 뜻이다.

본원통화는 5월 2.8%(5조5000억 원) 증가한 202조7000억 원(평잔 계절조정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통화 유통 속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15.06배에 그쳤다. 이는 2001년 12월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직전 최저치는 3월 15.26배였다.

한은 관계자는  “4~5월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통화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 통화승수 역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비나 투자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정부가 투입해 넘쳐나는 유동성이 실물경제 활력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만 유입되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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