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는 처방전이 아니다...서울 집값 안정에는 역부족
상태바
그린벨트 해제는 처방전이 아니다...서울 집값 안정에는 역부족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7.19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검토 중인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둘 수 있다는 정도로 말했을 뿐인데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과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단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단지.

현재의 집값 고공행진은 시중에 넘쳐나도록 풀린 유동성과 서울 최상의 입지인 강남권 등지에 대한 신규 주택 공급 부족에 있는 만큼 그린벨트 해제만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이런 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해법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오늘날 강남과 서울 집값에 대한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데 정부 당국은 귀기울여야 한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강남권인 서초구(23.88㎢)와 강남구(6.09㎢)가 해제 후 택지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의 보금자리 단지 주변부를 개발하면 1만가구 안팎의 택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고 이 지역 땅값이 덜썩이고 있기에 정부의 고민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이 총리가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의 의견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성급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의 발언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말이 곧바로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면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그린벨트 해제 방침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는 뜻인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 취지와도 큰 차이가 없다.

김 실장은 지난 17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라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것을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달 말까지 이 방안을 발표 방안에 넣으려면 직권 해제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요 인사들도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 핵심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면서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8일 페이스북에 "한정된 자원인 땅에 돈이 몰리게 하면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놓칠 것"이라면서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환경단체 등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의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은데 당정에서도 다른 의견이 개진되니 국토부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그렇다면 방향은 더욱더  분명해진다. 서울 시내에 공급을 널리겠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주는 것이다. 바로 재건축, 재개발 인허가 확대다. 서울 압구정동, 대치동, 여의도에 50층, 100층짜리 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해보라. 굳이 한국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콘크리트 덩어리로 바꾸지 않아도 아파트 공급과 가격 안정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김영삼정부 이후 수십년 동안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지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린벨트가 없어지고 논밭이 도로로 바뀌었으며 시민들은 먼 신도시 집에서 출퇴근을 하느라 하루에 몇 시간을 허비하지만 강남 집값과 서울 집값이 안정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서울 아파트 공급은 수요가 있는 곳에 해야 한다. 수요가 없는 데 집을 지어봤자 강남 집값, 서울집값 잡으려는 노력은 말짱 도루묵임은 이들 신도시가 웅변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도심 공급 확대를 외면한다. 이것이 서울 집값 상승의 가장 큰 근본 원인임을 정부는 아는가 모르는가? 모른다면 바보요 알고도 모른척 한다면 직무유기일 것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