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최고세율 인상, 면세자 40% 축소와 같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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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최고세율 인상, 면세자 40% 축소와 같이 해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7.2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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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2020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사회적 연대 강화’ 차원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45%까지 올리고 주식양도차익 공제를 5000만 원으로 높이며 암호화폐로 번 소득에도 20% 세금을 물리고 액상전자담배 세금을 2배로 인상하는 것이 들어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의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40%에 가까운 상황에서 과세 형평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기침체로 세입여건이 크게 악화된 정부가 조세저항이 덜한 계층부터 증세에 시동을 건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면세자 비율 한국 2018년, 외국은 2014년 기준. 자료=가획재정부
면세자 비율 한국 2018년, 외국은 2014년 기준. 자료=가획재정부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7개였던 소득세 과표 구간에서 10억 원 초과 구간을 하나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45%로 높였다. 여기에 지방세를 넣으면 이 구간 소득자의 세 부담은 49.1%에 이른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은 전체 소득자의 0.05%, 1만 6000명이며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9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증권거래세 인하와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으로 상위 2.5%만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세부담을 더 해서 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에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더라도 고소득층만이 부담하는 세금이니 문제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8.5%를 부담하는 현실에서 고소득자의 세금을 더 늘리면 고소득자 세부담 솔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세기반 확장과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의 세 부담률은 미국(70.1%), 영국(60.3%), 캐나다(55.2%) 등과 비교해도 훨씬 높다. 상위 1%의 세 부담 비중 역시 41.8%로 미국 (38.4%), 영국 (29%)에 비해 크고, 상위 0.1%의 세 부담률도 18.6%로 일본 (17.2%)보다 더 높다.

반면 면세자 비율은 2018년 기준 38.9%에 이른다. 즉 국민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면세자 비율은 미국(30.8%), 호주(15.8%), 캐나다(17.8%)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복지 정책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그 부담을 부자들에게만 지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입 기반을 넓혀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온당하다. 그것이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낸다'는 개세주의 원칙에도 맞다. 세수도 늘리고 과세형평성도 높이기 위해서는 면세자 축소라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 면세점 을 조정해 세금을 조금이라도 내도록 한다면 재정 소요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의 주장도 똑같다. 김선택 회장이  “복지증대와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이 자기 몫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한 말을 정부는 귀담아 듣길 바란다.

면세자가 40%에 육박하고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높은 기형의 납세구조를 바로잡는 게 정부가 절실히 바라는 나라곳간을 튼튼히 하는 길이다.  고소득자 세부담 증가와 면세자 비율 축소는 같이 가야할 정책 방향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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