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달걀·잼에 통행세 380억 걷었다는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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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달걀·잼에 통행세 380억 걷었다는 SPC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7.3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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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SPC그룹 핵심 계열사인 SPC삼립이 원재료를 제빵계열사에 유통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 없이 '통행세'를 물리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를 해 600억 원대 과징금을 물고 총수와 전직 대표이사 등이 무더기로 고발당했다.

SPC는 자산총액 합계가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4조 3000억 원인 중견기업집단이다.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삼립, 샤니, 호남샤니 등 23개 계열사가 소속돼 있다. SPC의 주력 회사인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제빵), 파스쿠치(커피), 쟘바주스(음료) 등의 브랜드로 가맹사업을 하며 허영인 회장(63.5%),허회장의 부인 이미향씨(3.6%), 아들 허진수(20.2%), 아들 허희수(12.7%)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 를 보유하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아이스크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브랜드로가맹사업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SPC의 부당지원(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하고 총수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전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부당지원에 참여한 3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7월29일 밝혔다.

SPC 원재료와 완제품 통행세 거래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SPC 원재료와 완제품 통행세 거래구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가루, 달걀, 생크림, 우유 등을 생산하는 8개 생산계열사에서 210개 품목의 원재료·완제품을 공급받는 과정에 역할이 없는 SPC삼립을 끼워 넣어 총 381억원을 지급해 평균 9%의 이윤을 남기도록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빵계열사들은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만든 밀가루 2083억 원어치를 SPC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5%의 통행세를 물었다.

또  2015년부터는 에그팜(액상달걀), 그릭슈바인(육가공품), 호남샤니(생크림, 잼, 스낵), 설목장(우유), 에스데어리푸드(유제품), 샌드팜(샌드위치), 호진지리산보천(생수) 등 7개사의 제품에 대해서도 적게는 3%, 많게는 44%까지 통행세를 냈다.

SPC그룹은 이 과정에서 제빵 기술을 가진 SPC삼립이 생산계획 수립과 재고관리, 영업, 물류 등에서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삼립의 역할이 없었고 그룹 차원에서 제빵계열사들의 구매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밀가루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체 물량의 97%를 밀다원에서 공급받았는데 다른 밀가루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SPC 지분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SPC 지분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허영인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통행세 혐의를 피하고자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고 다른 업체의 밀가루와 단가 비교가 어렵게 판매제품을 차별화하도록 하는 등 회사와 총수가 통행세 거래의 부당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 7월에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납품하는 제품의 통행세 구조가 가맹점주나 공정위에 드러날 것을 우려해 완제품 56품목은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가맹점 공급가는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파리크라상이 이런 통행세 거래구조로 2017년 기준 단위당 740원에 구매할 수 있는 강력분을 779원에, 8307원에 살 수 있는 액란은 8899원에 구매하면서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결국 이러한 부당지원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봤다.

SPC는 일부 계열회사를 제외하고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총수일가외 지분 보유 비율운  삼립 20.4%, 비알코리아 33.3%, 샤니 32.4%다.

SPC그룹은 지배회사인 파리크라상의 허영인 회장 지분율이 63.5%이고 2세인 허진수, 허희수 씨의 지분율은 총 32.9% 수준으로 낮아, 2세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SPC삼립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SPC그룹은 상장사인 SPC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한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 출자하거나 주식 교환하는 방식으로 2세의 파리크라상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1년 샤니가 SPC삼립에 판매망을 저가 양도하고, 상표권을 무상 제공한 것과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삼립에 양도한 것도 부당한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파리크라상에 252억 원, SPL 76억 원, 비알코리아 11억 원, 샤니에 15억 원을, 지원을 받은 SPC삼립에는 291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또 허영인 회장과 전직 경영진 2명도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는 데 적극 관여했다고 판단해 고발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계열사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면서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도 없는데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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