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데이, 세계 배터리산업에 지각변동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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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 세계 배터리산업에 지각변동 일으킬까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08.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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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계 배터리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배터리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배터리 데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 전략과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다. 배터리데이가 전세계 배터리 업계를 집어삼킬 쓰나미가 될지,찻잔속의 태풍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테슬라가 공개할 배터리의 세부내역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포브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포브스

30일 배터리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테슬라는 다음달 배터리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 자체 생산 또는 중국 CATL 배터리로 전환,  획기적인 배터리 원가 절감 등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선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따른 배터리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 시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2배가량 늘어나고 폭발 위험이 없어 '궁극의 배터리'로 꼽힌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전지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전지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테슬라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인 연구개발(R&D)업체 맥스웰을 지난해 인수한 만큼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놓을 경우 세계 배터리 산업에 지각변동이 생길 게 분명하다. 물론 테슬라와 맥스웰이 상당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경제성을 갖춘 양산 단계에 돌입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국내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핵심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전언이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발표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 맥스웰 테크놀로지스와 캐나다 배터리 제조사 하이바 시스템즈도 인수하는 등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내재화프로젝트 '로드러너(Roadrunner)'를 추진해왔다. 문제는 양산에 필요한 막대한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가 당장 자체 배터리 양산, 기존 배터리 대체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LG화학 등 국내 업체 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확인된다면 우리 업계의 투자에 부정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게 옳다.  테슬라가 제시할 배터리 내재화 시점과 규모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테슬라가 중국 CATL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수명을 약 160만㎞로 크게 늘린 이른바 '100만 마일 배터리'를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과 공동 개발 중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주요 공급선을 현재의 파나소닉·LG화학에서 CATL로 갈아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CATL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현재 주류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하면 안전성이 높고 저렴하다.  에너지 용량이 작아 같은 부피면 주행 거리가 짧다는 게 단점.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지면 일론 머스크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테슬라 베스트 셀러 전기차 모델3에 탑재되는 파나소닉의 2170 배터리 셀. 사진=테슬라
테슬라 베스트 셀러 전기차 모델3에 탑재되는 파나소닉의 2170 배터리 셀.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이번에 내놓을 핵심 아이템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은 원가를 줄인 배터리 기술이다. 원가를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 경쟁이 가능한 kWh당 100달러(약 12만원) 이하 수준으로 낮춘 배터리를 공개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추월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고가의 코발트를 크게 줄이거나 없앤 배터리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발트는 t당 가격이 3만3000달러를 넘는 비싼 소재다.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코발트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코발트를 쓰지 않지만 성능은 낮은 LFMP 배터리, NCM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늘리고 코발트를 크게 줄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의 '투 트랙'을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LFMP는 CATL이, 하이니켈 배터리는 LG화학과 파나소닉이 주 공급업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맥스웰이 보유한 건식 전극 코팅(Dry Battery Electrode), 나노나와이어 기술도 기술도 유력한 원가 절감 후보로 꼽힌다.  이 기술은 기존의 슬러리 주물 습식 코팅 전극과 달리 물리적 특성과 전기화학적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으며 높은 에너지밀도의 셀을 허용하는 두꺼운 전극을 생성한다. 맥스웰이 자체 개발한 건식 전극 기술이 적용된 테스트셀은 에너지 밀도가 kg당 300Wh 이상이었으며, 최대 kg당 500Wh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노와이어는 금속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단면의 지름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인 극미세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배터리 양극이나 음극 재료를 나노와이어 형태로 구성하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나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 세계 배터리 업계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와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이보다는 배터리 원가 혁신으로 전기차의 경제성 부각이 배터리 데이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배터리 데이가 한국 2차전지 산업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양극재의 소재인 코발트가 고가인점, 니켈 함량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 액체 전고체의 불안정한 성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일론 머스크가 내놓을 기술 보따리를 LG화학, 삼성,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고체, 하이니켈 배터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나칠까?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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