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거는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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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거는 기대와 걱정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9.03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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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불법 사례를 적발, 처벌까지 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정부가 만든다고 한다. 현재 임시 가동중인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을 상설 조직으로 만들고 규모도 키울 것이라고 한다.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집없는 사람들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전세값과 매매값이 급등하고 있어 이런 기구라로 나오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동시에 시장 통제와 감시와 개인정보·재산권 침해 위험 등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이런 기대를 충족하고 걱정은 낮추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길 당부한다.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생겨나는 조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전담하는 감독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불과 20여일 만인 2일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행위 등을 포착·적발해 신속히 단속·처벌하는 상시 정부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이며,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의 7개 기관, 13명의 인력으로 구성돼 운영 중인 임시 조직(태스크포스)인 ‘불법행위 대응반’을 상당 규모로 확대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과열돼 있으니 새로운 관리·감독기구를 만들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분석원을 금융감독원을 본떴다고 했다. 그런데 이름에서 ‘감독’만 없을 뿐이지 조직의 성격과 권한은 금융감독원을 넘어설 가능이 높아 보인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검사·제재 권한을 갖고 있지만 민간 기구다. 신설 예정인 분석원은 정부 조직으로 설치된다고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모니터링에서 단속·처벌까지 총괄하는 권한을 갖는다니 더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그럴 속셈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홍 부총리는 “정부 내 설치하는 정부 조직으로서 금융정보분석원(FIU)·자본시장조사단 사례를 적극 참고했다”면서 “국토부·금감원·국세청·검찰·경찰 등 전문인력 파견을 확대하고, 금융 정보 등 이상 거래 분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검사·감독권한과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 수집·분석 능력, 자본시장조사단을 합쳐놓은 것과 맞먹는 막강한 관리·감독기구가 탄생할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조사단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허위 정보도 수집·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본딴 분석원은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방송 등을 조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내건 감독기구가 국민의 경제활동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불법행위 단속 명목으로 (분석원이) 개인 정보를 볼 수 있으면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을 잠재 법법자로간주하고 개인 계좌에 있는 자산까지 샅샅이 들여본다면  시장 거래는 위축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오히려 일부 거래는 규제를 피해 음성화할 수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불법 대출과 세금 탈루 등 부동산 위법 행위를 놓고 금융당국과 국세청 등이 해온 업무와 중복되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무원이 자기 밥그릇 내준 일이 없듯이 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옥상옥’으로 끝나 공무원 일자리만 늘고 국민 혈세만 축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문제점들은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조정될 것으로 믿는다. 감독기구 신설이 시장 안정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추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사안인데 미리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렇더라도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불법과 합법,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정부는 알고 새로운 기구 설립에 접근하길 바란다. 투자한 집값이 많이 오르거나 집 여러 채를 샀다고 해서 무조건 투기나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조사를 하는 것도 곤란한다. 분석원이 강력한 단속·처벌 권한을 휘두른다면 시장은 움츠러들고 실수요자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정부는 기구가 없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느냐는 부동산 수요자 소비자의 '쓴소리'를 귀담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 불안정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은채 새로운 규제, 새로운 관리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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