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不患貧 患不均과 소득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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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不患貧 患不均과 소득 파악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9.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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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글이 도마에 올랐다.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 지사가 쓴 글이 여당은 물론 야당의 협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선택복지와 보편복지가 날서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이 기회에 국민혈세를 아끼면서도 효과를 높이는 근본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 지사는 6일 오전 자기 페이스북에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정부·여당의 선별지원이 가져올 부정의 결과를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적폐세력과 악성 보수언론이 장막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권토중래(捲土重來·어떤 일에 실패한 뒤 다시 힘을 쌓아 일에 재차 착수하는 일)를 노리는 것도 느껴진다”면서 이같이 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지사가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고 적은 대목이다.

논어(論語) 16권 계씨편(季氏篇)에 비슷한 글귀가 있다.

문유국가자(聞有國有家者)/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진균(蓋均)무빈(無貧)화(和)무과(無寡/안(安)무경(無傾) 이라는 대목이다.

나라가 있고 가정이 있는 사람은 백성의 수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불안이 근심이다. 모두가 균등하면 가난이 없고 화목하면 적음이 없는 것이요, 편안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지사도 이런 뜻으로 읽었는지는 모른다. '과'를 백성의 수로 보느냐 가진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것이다. 

이 지사는 “2400년 전 중국의 맹자도, 250년 전 조선왕조시대에 다산도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하물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면서 "어쩔 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선택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고통을 겪는 모든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을 편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봉쇄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력을 갖는다.

동시에 4차 추경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편성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의 처지도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빚을 내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려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도록 고통을 받는 국민을 선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선택과 선별은 불가피하다. 그래야만 빚을 적게 내고 적은 돈으로 큰 효고를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정부와 여당의 논리인데 이 또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선별지급을 불공정으로 본 것은 무리다.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비판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이 지사가 말하는 '공정'이 뭣이냐는 비판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다 같이 똑같이 받아야 공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여러 재정 정책을 통해 형편이 다른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비슷하게라도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글귀를 두고 "정작 이 지사 본인은 불공정의 화신 조국 사태 때 조국 비판 한마디도 안 했다"고 비꼬았고 권영세 의원도 "이재명 지사의 공정·불공정의 기준은 무엇일까"묻고  "소득에 따라 세율이 다르고 일정 수준 이하는 면세인 것은 공정한가"라고 물었다.

권 의원은 "공정은 정의를 전제로 하고,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라며 "얄팍한 감성적 포퓰리즘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베네수엘라는 더이상 먼 곳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등을 두고 이데올로기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어렵사리 마련한 재원으로 힘든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도록 지혜를 짜모으는 것이 최선의 방도일 것이다.  누가  얼마나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급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급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국민의 소득과 자산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소득을 파악해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필요한 소득 구간에 제 때 지원되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의 보편, 선별 논란도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모든 통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합관리하지 않았다.

과세는 국세청이,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는 건보공단이 담당하고 있다.국세청이나 건보공단은 우리 국민의 재산상태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꼭 필요할 때 내놓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행정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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