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는 왜 '나스닥 고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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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는 왜 '나스닥 고래'가 됐나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9.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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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전략으로 지난 한 달간 기술주 급등 주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난 한 달간 뉴욕 기술주 폭등의 주역인 '나스닥 고래'로 지목됐다. 주요 기술주 관련 콜옵(만기일이나 만기일 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권리)과 현물주식을 각각 40억 달러(약 4조7500억 원) 씩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미국 주식시장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분석됐다. 콜옵션 매도자인 은행들은 위험회피를 위해 현물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어 기술주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옵션 청산에 나서면 이들 기술주 주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이번 '고위험' 베팅으로 막대한 투자이익을  챙겼을 보이지만 7일부터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연일 하락해 10%나 급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소프트뱅크의 한 달 전 단 한 번의 거래가 주식시장의 대규모 상승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약 54억 달러 규모의 기술주 콜 옵션을 매수했는데 이는 현물 주식 500억 달러어치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 애널리스트들 모두 이같은 투자가 있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지금껏 누가 그 배후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등 기술주 공룡 주식들을 올 봄 40억 달러 가까이 사들였고, 테슬라 지분을 확대했다. 공개된 서류에는 대규모 옵션 거래가 포함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매수한 주식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이름을 통해 콜 옵션을 사들였고, 주가가 큰 폭으로 뛰자 높은 값을 받고 이 콜 옵션들을 매각했다. 콜 옵션 조건은 알 수 없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 한 달간 막대한 평가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7월 말 이후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 가까이 급증했고, 테슬라 주가는 2배 넘게 폭등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톱10 기업에 진입했다.그러나 이번주 뉴욕 주식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8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4.11% 급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이 기간 10% 추락했다. 기술주 주가가 더이상 지속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며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수 상승을 주도한 애플(-6.73%), 테슬라(-21.06%), 마이크로소프트(-5.41%) 등이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추락한 배경이 소프트뱅크의 콜 옵션 매수와 매도에 연관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소포트뱅크 회장은 신생 IT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으나 최근 투자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사무실 공유기업인 위워크와 차량 호출 스타트업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이번에 거대 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우버,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등 주로 비상장 기술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손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혼란으로 기존 투자가 타격을 입자 주식시장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CNBC는 손 회장의 고위험 투자 베팅에 대해 헤지펀드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하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가는 올해 33% 상승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주가는 7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약 7.2% 급락해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9일에도 2.82% 하락 마감했다.이로써 이번주 들어 주가가 사흘 연속 내리면서 10.4%나 추락했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13조2000억 엔에서 11조9000억 엔(1121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단 사흘 만에 12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옵션 투자로 돈을 벌었는데 주가가 하락한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소프트뱅크그룹의 대규모 기술주 투자에 대해 소프트뱅크 주주 등록부의 30%를 차지하는 소규모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결과로  풀이한다.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확대되고 하락 기간이 장기화한다면 소프트뱅크의 전략도 타격을 입고 큰 손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연못 속 고래가 자칫 실수할 경우 연못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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