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가계빚 14조 폭증...'빚투·영끌'에 전세난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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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가계빚 14조 폭증...'빚투·영끌'에 전세난탓?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9.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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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발표...신용대출·마통 7.7조↑ '역대 최대', 공모주 광풍 한몫

8월 말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전에 비해 14조 원이나 늘어났다. 3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불어났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7월에 비해 무려 7조7000억 원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8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2020년 8월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잔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사이에서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잡사기, '빚투'(빚내서 투자하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어 신용대출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60조 원에 육박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광풍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금리보다 낮아진 점도 기타대출 급증을 부채질하고 전세난에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8월 은행권 가계대출 11.8조 늘어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과 제2금융권 등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보다 14조 원 불어났다. 이는 2016년 11월(15조2000억 원)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나나 것이다. 증가액은 7월 말 9조4000억 원보다 4조6000억 원, 년 전 6조5000억 원보다는 2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포함)은 7월 말보다 11조8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이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 3월 9조6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7조 4000억 원이 증가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 원으로 7월 증가액(1조8000억 원)보다 4000억 원 늘었다.

대출 항목별로는 전금융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7조7000억 원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7월 증가액 5조1000억 원 보다 2조6000억 원, 지난해 8월 3조3000억 원보다 4조4000억 원 확대된 것이다.

은행권만 보면 지난달 말 기타대출 잔액은 251조3000억 원으로 전월에 비해 5조7000억 원 증가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8월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연 2.332%,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는 연 2.552%였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카드대출과 계약대출(보험) 수요가 증가하면서 7월 말보다 2조원 증가했다. 이는 7월 증가액 5000억원의 4배 수준이다.  

기업공개 시장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일반 공모주 청약을 받은 결과 60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이 몰렸는데, 전금융권의 기타대출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전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에 비해 6조3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은행 주담대 잔액은 695조9000억 원으로 전달에 비해 6조1000억 원 늘면서 증가 규모가 전월(4조 원)보다 확대됐다. 주택 전세·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9월 3조8000억 원에서 10월 4조6000억 원, 11월 4조9000억 원, 12월 5조6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12·16 부동산대책 효과로 올해 1월 4조3000억 원으로 둔화됐다.

이후 지난 2월 7조8000억 원, 3월 6조3000억 원, 4월 4조9000억 원, 5월 3조9000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6월 5조1000억 원, 7월 4조 원, 8월 6조1000억 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있다.

한은 관계자는 "매매와 전세, 수도권 분양 입주가 이뤄지면서 신용대출 수요로 이어졌다"면서 "주식 투자와 관련해선 최근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거금 납입 수요, 기존의 상장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자금 유입이 많았던 점도 자금 수요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3조4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전월(2조7000억 원)에 비해 확대됐다.지난달말 제2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전월 말대비 2000억원 늘었다.

◇은행 기업대출 7월보다 5.9조 늘어

8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961조 원으로 7월 말에 비해 5조9000억 원 늘었다. 8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2015년 6조 원 증가 이래 가장 크다.

2020년 기업 자금조달 현황. 사진=한국은행
2020년 기업 자금조달 현황. 사진=한국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 8조6000억 원, 2월 5조1000억 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3월에는 기업의 유동성 확보와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영향으로 18조7000억 원, 4월 27조9000억 원, 5월 16조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6월에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으로 대기업 대출 잔액이 줄면서 1조5000억 원 증가에 그쳤지만 7월(8조4000억 원)과 8월(5조9000억 원)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기업 대출은 기업들의 운전자금 및 유동성 확보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1000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중소법인·개인사업자의 대출 수요와 정책금융기관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에는 한 달전에 비해 6조1000억 원 증가했다.

회사채는 계절적인 발행물량 감소 등으로 순발행 증가 규모가 7월 1조5000억 원에서 지난달 1조 원으로 축소됐으나 순발행 기조를 이어갔다. 주식발행 증가 규모도 7월 2조1000억 원에서 지난달 6000억 원으로 줄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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