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질주에 버핏도 니켈 확보전에 나섰는데 한국은 거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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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질주에 버핏도 니켈 확보전에 나섰는데 한국은 거꾸로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9.13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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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급 확대에 따른 니켈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업계가 니켈 확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는 니켈에 투자하는 일본 종합상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니켈 확보전에 사실상 뛰어들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광물자원공사 적자를 이유로 니켈과 코발트가 생산되는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 지분을 팔겠다고 한다. 한국은 스스로 소중한 니켈을 내버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13일 CNBC 등에 따르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약 5%씩 사들였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스미토모상사, 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마루베니 등의 지분가치는 6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버핏 회장은 장기 보유할 것이며 지분율을 최대 9.9%까지 높일 수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버핏 회장은 투자의도는 밝히지 않았다. 수십년 투자한 코카콜라와 아멕스, 무디스 등 장기, 소극적 보유한 전례만 들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은 있다. 버핏 회장은 이들 상사들은 전세계에 합작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상호 이익을 주는 기회가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게 그것이다. 

외신들은 일본 종합상사들이 주요 원자재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버핏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스미토모상사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의 지분 47.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암바토비 광산은 캐나다 쉐릿(지분 12%)과 일본 스미토모상사(47.7%), 한국광물자원공사(33%)·포스코인터내셔널(5.9%)·STX (1.5%)로 이뤄진 한국컨소시엄이 2007년 개발을 시작했다. 매장량은 원광 1억4620만t이다. 한국컨소시엄은 암바토비 생산량 50%에 대한 처분권도 보유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을 한국이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에서 전기차 보급이 늘고 전기차 배터리용 광물인 니켈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버핏의 투자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게다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든 광산 회사가 니켈을 더많이 채굴하기를 바란다"면서 "니켈을 효율있고 환경 친화로 채굴하는 기업과 대규모 계약을 맺겠다"고 밝혔기에 더욱더 그렇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양극재를 사용한다. 양극재의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재 60% 수준인 니켈 함량을 80~90%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양극재 원료 중 가장 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여 배터리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내년 출시될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니켈 함량 88%인 NCA 양극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600km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약 400km다. 삼성SDI 관계자는 "더 고함량의 니켈이 들어가는 하이니켈 양극재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배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올해 15만t에서 2030년 약 110만t으로 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3월23일 최저가인 t당 1만55달러까지 내려간 니켈 가격은 수요 회복에 힘입어 최근 5개월 사이 약 40% 상승했다. 영국런던금거래소(LME)에서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 10일 t당 1만4748달러였다.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이 때문에 니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주로 가공된 형태의 황산니켈을 주로 수입한다. 니켈 조달을 위해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일본 스미토모상사로부터 니켈을 공급받고 있으며, 중국 CATL은 세계 1위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가 주요 공급사다. 스미토모와 화유코발트는 주요 니켈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니켈 광산을 개발 중이다.

이런 여건 변화에 따라 광물자원공사가 암바토비 광산 보유지분의 매각을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말이 많다. 암바토비 광산 지분을 매각하면 니켈 확보전에서 뒤쳐져 한국 배터리 업계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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