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견자(虎父犬子)'와 대통령 아들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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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견자(虎父犬子)'와 대통령 아들의 처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9.13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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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시끄러운 세상이다. 말이 많다. 법무부 장관 아들의 황재 휴가에서부터 유력 정치인의 부동산 매수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들쑤신 듯 시끄럽다. 한결같이 그사람이 앉은 자리가 요구하는 도덕과 윤리가 결여됐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이 시끄러운 말들은 '정의'의 실체를 적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시끄럽지만 곱씹어 말 중 하나가 '호부견자(虎父犬子)다. 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는 뜻이다. 범의 새끼라면 범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새끼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범답지 않은 처신을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김홍걸 의원
김홍걸 의원

'호부견자'라는 말은 정의당 대변인이 쓴 말이다. 재산 축소 신고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이다.

국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재산등록 현황(2020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선관위에 서울 강남·서초·마포에 집 3채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서울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서대문구 상가도 지분을 절반만 갖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총선 때 재산을 58억 원으로 신고했지만 이번 재산공개 때는 67억 7000만 원으로 늘었다. 시세로는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김 의원 측은 “아내가 재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분양권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내의 실수라는 것이다.

조혜민 대변인은 "집안에서 수십억 단위의 돈이 오가는데 김 의원이 몰랐다는 것을 납득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 고작 부동산 투기에나 매진하고 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의원 배지를 달게 된 것은 순전히 부친의 후광 덕분 아니냐. 이 마당에 의원직을 지키면서 정치를 하는 것이 마땅한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을 풀어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범이요 김홍걸 의원은 범이 아닌 개가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큰 인물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외환위기 극복도 이끌었다. 그렇기에 그를 '범'에 비유한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김 의원이다. 아버지 후광을 입고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아버지처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생각, 아니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생각이 없는 듯이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인데 1억4000여 만원 상당의 남북 경협 관련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장본인이다.이행충돌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처분해야 하는 것은 상식인데도 그는 이를 애써 감췄다.

김 의원은 지난달 20일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월세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법안을 내기 불과 8일 전에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금을 한 번에 4억원이나 올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또 다주택을 처분한다면서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팔겠다고 해놓고는 20대 차남에게 증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증여세 탈루 의혹을 낳았다. 다주택 처분 약속을 해놓고도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김 의원은 또 10억원 대의 강동 아파트 분양권 재산신고를 누락하고 부동산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16년 경 강남, 서초에서 두 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아 그 해에 세 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들은 김 의원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제로서 한국 정치에 기여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직후 “두 분(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부끄럽지 않은 의정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6월 현충일에 자기 페이스북에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의롭지 못한 이익은 취하지 말고,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것을 보면 힘껏 구하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면 그는 견리사의가 아닌 오로지 사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머니 고 이희호 여사 사후 동교동 사저와 노벨평화상 상금 8억원 등을 놓고 형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갈등을 빚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2002년 36억7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다.  2014~2018년 납부한 소득세는 135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30만 원가량의 수입이 전부였다는 얘기다.  재산 등의 허위 공표만이 아니라 초기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김 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후보자가 당선을 위해 재산 등을 허위로 공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듣는 국민들의 입맛은 쓰다. 아버지한테서 배운 게 고작 강남 알짜배기 부동산 쇼핑인가? 정치인들이 즐겨쓰는 재산축소 신고인가? 형제간 돈싸움인가? 아닐 것이다.  

'돈 문제로 부친 이름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로 정치인들의 말이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자 인권 수호자로서 전 세계 모범인 대통령의 자제 다운 처신을 기대한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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