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기로 한 LG화학 주식을 개인 투자자(개미)는 팔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쓸어담았다. 개인은 배터리 사업 분할이 결정된 17일과 18일 이틀간 LG화학 주식을 2626억 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242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때문에 주가는 빠졌다.
외국인들은 배터리 부문이 독립할 경우 제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는 배터리 물적분할결정이 주주가치에 실보다 득이 많다며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서 LG화학은 전날보다 3.26%(2만1000원) 오른 6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이 전해진 16일과 17일에는 각각 5.37%, 6.11% 급락했다.
이날은 외국인 매수세(1378억원 순매수)가 강하게 유입해 주가를 떠받쳤다.
반면 개인은 1167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17일에 352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18일에는 222억 원을 더 팔아치웠다.
배터리 분야 선두 주자인 LG화학 주식은 올해 코로나 사태 이후 전기차 산업이 각광받으면서 폭등했다. 코스피가 연중 최저를 기록한 지난 3월19일 28만 원에서 15일 76만8000원으로 무려 174%가량 올랐다.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은 개인 투자자였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200억 원, 600억 원어치의 LG화학 주식을 순매도헸다. 개인은 9600억 원어치를 더 사들였다.
분기점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 분할해 12월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이다.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가 아닌 회사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100% 가지는 것으로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온갖 불만을 쏟아냈다. ‘2차 전지 대장주’로 꼽히며 개인 투자자로부터 ‘국민 주식’ 대접을 받은 LG화학은 하루 아침에 ‘배신주’라는 비판을 받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한 이유는 지분율 희석 걱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적분할 후 재원 마련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될 것이라는 불안(기업공개(IPO) 또는 3자배정 유상증자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배터리 자회사는 앞으로 배터리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배터리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져 배터리 지분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
소액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도 자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만큼,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국인은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이 나오자 LG화학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할이 장기적으로 LG화학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석유화학·첨단소재 등 다른 사업 부문과 섞여 있어 제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독립해 신설 법인의 가치가 상승하면 모회사인 LG화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