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북한이 이란에서 미사일 정확도와 고체연료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는 미국 미사일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두 핵심 기술은 한국을 공격하는데 최적화된 것으로, 완성돼가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과 결합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2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방송(VOA)인터뷰에서 이같이 밀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2000년대 초 이란이 실전 배치한 액체연료 추진형 샤하브 3는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했고, 샤하브 3는 이마드 미사일로 이어졌다"면서 "이제는 이란-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와 미사일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이란이 매우 오랫동안 개발해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액체연료 개발에는 별 성공을 못 거뒀지만 고체연료 부문에선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란의 고체연료 기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파테’ 시리즈가 대표다. 이란은 사정거리를 1000km 이상으로 늘리고 ‘기동탄두 재진입체(MaRV)’를 가동해 진로를 조정하며 낙하하는 미사일로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란은 기동탄두 재진입체’와 고체연료 기술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는데 파테-110, 파테-131 미사일이 그 결과물이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바로 이 기술이 북한 무기로 유입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북한의 개량형 스커드인 KN-18이 ‘MaRV’ 기능을 갖춘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스커드 미사일에 ‘MaRV’를 탑재해 정확도를 높인 미사일로 개량했고, 이후 북한도 이런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N-18은 사거리 450km 이상으로 2017년 4월15일 처음 공개됐다. 궤도형 차량 이동식 발사 탄도미사일이다.
그는 "북한은 미사일 정확도 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지만, 최근 역량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은 지난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고체연료 혁명’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발사한 거의 모든 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 모델로 별다른 고체연료 기술이 없었던 북한이 갑자기 이런 진전을 이룬 건 외부의 도움을 의심케 하고, 이란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고 윌리엄스 부국장은 강조했다.
윌리엄 부국장은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려해야 하는 이란의 미사일 역량에 북한이 기여할 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미사일의 정확도와 안정성 영역,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에 한해선 이제 이란이 북한보다 한 수 위라고 그는 판단했다.
그는 "이란이 북한에 제공할 게 훨씬 많다는 뜻"이라면서 "북한에서 이란으로 전수되는 미사일 기술을 이스라엘이 걱정해야 한다기보다는, 이란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기술을 한국과 일본이 걱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특히 역내에서 북한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대가 한국일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 미사일 능력은 오직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KN-23, KN-25는 일본까지도 날아가지만 북한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돼 있을 경우 한국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게 클 것이라면서 재래식 폭탄을 탑재했다면 공군 기지와 지휘통제 시설 등을 공격할 것이고 역시 큰 비용과 문제가 따를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한다면 한국이 전쟁에서 버틸 수 있겠지만, 만약 다른 종류의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한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통해 크게 주목받은 뒤 상당 시간 동안 이를 무기화하는 작업에 주력해온 것을 고려할 때, 이제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북한이 그런 기술을 이란에 전수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대기시간'을 크게 단축 시키는 만큼 매우 큰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