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사건'이 남긴 메시지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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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사건'이 남긴 메시지와 기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0.0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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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공중파 방송인 한국방송이 내보낸 가수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을 두고 말이 많다. 혹자는 신드롬이라고 하고 혹자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건은 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을 뜻한다. 한국 사회에서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추석 연휴 기간에 '나훈아 공연'만큼 관심을 받은 게 무엇이 있는가?

그의 공연은 한국 사회를 깨우고 지각하게 하고 다시 합심하게 하는 점에서 대단한 사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그가 던진 메시지의 울림은 컸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

74세 노인,살아있는 나훈아의 눈. 사진=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74세 노인,살아있는 나훈아의 눈. 사진=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우선 공연규모가 크다. 그의 공연은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아주 정밀하게 짜여졌다. 이번 공연은 1부 고향, 2부 사랑, 3부 인생으로 나눠 수많은 명곡들을 들려주었다. 중간 중간에 본인이 작사작곡한 신곡을 소개했다. 근자에 이만한 공연을 그것도 공중파에서 한 대중 가수는 없다. 방송사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둘째, 나훈아 본인이다. 그는 대분의 곡을 쓰고 작곡했다. 그는 올해 만으로 74세다. 한국 기준으로 노인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 나이다. 그런데 그를 보라. 어디에 노인 냄새가,  노인 자취가 있는가? 찢어진 청바지에 기타를 치며 그 수많은 곡을 부른는 그의 생산한 지력을 보라.  젊은시절과 전혀 다름없는 폐부를 찌르는 그의 목청에서 나오는 고음은 15년 전 공연때는 물론이면 젊었을 때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살아있는 눈빛,은 마치 사자나 호랑이의 눈빛처럼 살아있다. 군살없는 그의 몸매를 보면 70노인이라고는 들지 안는다.  중년 이상의 한국 남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의 산물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과거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나는 노래하는 게  정말 싫다. 그래서 연습을 무지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던지는 메시지다.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면 좋겠다” 등 정치성향이 강한 발언은 물론 "(소크라)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가사가 던지는 울림은 메우 크다. 이런 발언은 듣는이가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가 공감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만큼 설득력이 컸다.

기타치며 노래하는 나훈아.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기타치며 노래하는 나훈아.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나훈아는 10년 전 노들섬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기념식에서도 거대한 규모의 뮤지컬 못지 않은 공연을 하고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달라진 것이라곤 곡 몇 개 발언 몇 개일뿐이다. 형식과 내용은 동일하다. 그가 작사 작곡한 '홍시'를 멋진 하모니카로 연주한 하림은 그때도 등장했고 이번에도 등장했다.  '고향으로 가는배' 노래가 그 때는 공연 중간 쯤에 나왔는데 이번에는 첫 머리에 나왔고 그 때는 나훈아가 말을 타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배를 타고 나온 게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서민에게 깊이 호소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을 보는 자기의 생각을 읊은 것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았다.

바로 일관성이다. 시대에 따라, 자기가 처한 처지에 따라 굴종하는 비굴한 모습을 보인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면 나훈아의 일관성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공연을 사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만나는 온갖 음악, 말같지 않은 말이 난무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유튜브, 인터넷, 각종 매체가 온갖 험악한 말을 내뱉는 이 시대에 그에 대해서만은 험한 말을 삼가고 칭찬 일변도의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훈아는 나이가 젊다고 해서 젊은 게 아니며 나이가 많다고 해서 늙은 게 아님을 공연으로 입증했다. 가수는 꿈을 추구한다는 그의 말은 생각이 젊어야 진정으로 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젊은 생각  이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 아닐까?  그의 소신과 자유로운 영혼에 찬사를 보낸다.

트롯의 황제이니, 한국의 가황이니 하는 찬사는 그에게는 아까울 것 같다. 아니 맞지 않는 옷이 아닐까. 그는 한국 대중 예술가의 절정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80이 넘은 나훈아가 다시 공연장에 서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을 쏟으며 포효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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