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가계 파산 신청 감소 오독(誤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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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가계 파산 신청 감소 오독(誤讀)하지 말자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0.10.0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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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현금 지원 덕분에 1년 전에 비해 42% 감소

종종 통계는 사람들을 오도할 때가 있다. 어떤 통계가 이전과 비교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좋아졌다고 나빠졌다는 해석을 하도록 해준다. 좋아졌다는 해석이 나오면 그야말로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좋은 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곱씹어 볼 일이 한둘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 지원금 100달러 보증서 .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캐나다 정부 지원금 100달러 보증서 .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최근 캐나다 가계 파산신청이 줄었다는 소식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지난 8월 캐나다의 파산신청이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파산신청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살림살이가 좋아 굳이 파산신청을 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캐나다 사정이 그렇게 좋은가? 다들 알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제는 영 말이 아니다.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파산신청 건수가 줄었다고 한다. 답은 정부 지원금 증가 덕분이다. 파산 신청이 준것은 다행이지만 정부 지원금 즉 캐나다인의 세금으로 파산 신청이 줄었으니 결코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파낸셜스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파산신청 건수는 6464건으로 7월에 비해 2.4% 줄었고 1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42% 가 감소했다. 캐나다파산감독청( Office of the Superintendent of Bankruptcy Canada)의 최신 통계를 인용한 보도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4월부터8월까지 5개월 동안 파산신청 건수다.5개월을 기준으로 한 파산신청 건수로는 1997년 이후 무려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경기가 좋아 가계가 돈을 잘 벌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파이낸셜포스트는 코로나19 대유행병 기간 중 정부의 대규모 현금 투입이 가계가 파산하지 않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주지하듯 코로나19 대유행병은 캐나다 노동시장에 전례없는 충격을 줬다. 코로나19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는 무려 3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됐다. 알버타주 오일샌즈 기업 '선코어'가 2000명을 해고하기로 한 것은 에너지 수출대국 캐나다가 처한 현실이다. 캐나다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 경제는 1분기 연율 환산으로 8.2%에 이어 2분기 38.7% 위축됐고 3분기에도 연률 환산으로 4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연방정부가 달려든 것이다. 무려 600억 캐나다달러(약 52조 6000억 원) 규모의 긴급소득지원을 비롯해 지원책을 시행해 코로나19가 남긴 최악의 결과에 따른 충격을 완화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포스트는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개선된 통계를 오독(誤讀)하거나 현혹돼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가계지원책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주효했다고 본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하루빨리 살아나서 파산신청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아니 파산신청이 늘더라도 경제가 살아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때 수치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그 수치를 현명하게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 험한 세상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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