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트뤼도 총리의 ATM인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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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트뤼도 총리의 ATM인가?' 논란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0.10.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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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전세계 경제가 급전직하고 있다.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이에 중앙은행도 정부 국채나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한국이 하는 일이다. 캐나다도 마찬 가지다.

티프 맥클렘(Tiff Macklem)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총재. 캐나다은행
티프 맥클렘(Tiff Macklem)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총재. 캐나다은행

캐나다에서는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하도 많이 사들이자 야당이 BOC에 정부 금고 역할을 하지 말라고 질타하고 있을 정도다.  캐나다 야당권은 '중앙은행이 트뤼도총리의 현금인출기(ATM)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캐나다 보수당 소속 재무통인 피에르 포이리브르(Pierre Poilievre) 의원은 "중앙은행이 트뤼도의 채울 수 없는 소비욕을 위한 ATM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포이리브르 의원은 현재의  통화확장 정책이 가져올 충격을 염려하면서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캐나다은행 총재가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이리브르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캐나다은행이 점점 더 정치성향을 띠고 싶다면 다른 정당과 같은 수준의 정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캐나다은행이 1680억 캐나다달러어치의 정부 국채를 매입하면서 '양적 완화' 정책을 편데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트뤼도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는 재무관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맥클렘 총재가 계속 정부 국채를 매수하거나 현재의 지출확대 정책을 옹호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캐나다 쥐스땡 트뤼도 총리. 사진=BNN블룸버그
 캐나다 쥐스땡 트뤼도 총리. 사진=BNN블룸버그

캐나다의 금융 전문 매체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이하 FP)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오랜 역사의 독립을 유지하고 정치 비판을 거의 받지 않은 기관에게는 '위함한 처지'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캐나다은행은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이자율 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를 사들였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상승은 캐나다 경제를 회복 불능의 불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9월에 신규 일자리가 37만8200개 늘고 대부분 정규직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8월 10.2%에서 9%로 내려갔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식음료, 숙박부문에서 대량 실업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렇더라도 국채 매입은 정부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FP가 지적한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FP는 캐나다 정당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의 대규모 지출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그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고 지적한다.

트뤼도 총리는 재정을 풀어 경제회복을 이끌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전국 데이케이시스템, 의료, 저비용 주택건설 과 환경을 포함해 광범위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제를 공약하면서 새로운 회기를 시작했다.

좌파인 새민주당은 이를 지지하지만 보수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포이리브르 의원은 "세상이 바뀌었으니 정부가 돈을 찍어내 비용을 감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 데 이는 미친 짓"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캐나다은행은 정치 이념 논쟁에서 물러나 할 일 즉 인플레이션 목표달성이나 잘 하라고 직설로 요구했다.

캐나다은행뿐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속도다. 캐나다은행은 어느 나라 중앙은행보다 공격적으로 국채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캐나다은행의 자산비율은 미국보다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올 연말 GDP의 2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위기 이전 '균형재정'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폭이다. 리비아와 아루바, 몰다이브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이라고 FP는 전했다.

통화정책 당국은 '경제회복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계속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속도라면 캐나다 국채시장은 캐나다은행의 주무를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CIBC은행의 채권 통화 상품 조사부분 이안 폴릭(Ian Pollick) 대표는 캐나다은행은 현재 캐나다 국채시장의 29%를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 말 이 비율은 5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보면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은행이 독립기관이라고 하지만 이런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고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를 매수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무한 재정 지출을 모조건 거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희박한 공기로 통화를 창출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캐나다달러 가치 약화를 위한 처방이며 저금리는 부자들을 위한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만큼 불평등의 불을 지핀다'는 포이리브르 의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그런 점에서 티프 맥클렘 총재도 이주열 한은 총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수 차례 소신 발언을 하고 여당 의원들이 집중 포화를 쏟아부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지출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정해서 재정지출의 효율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중앙은행 총재가 해야 하는 마땅한 일이 아닐까? 캐나다은행 총재도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귀를 열기 바란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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