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최태원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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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최태원의 결단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0.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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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태원 회장이 회자된다. 그가 10조 원 이상을 을여 인텔의 메모리 사업분야를 인수한 게 단초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는 말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생각해볼 점이 한둘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은 뭔가? 네이버에 찾아보니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 만큼 콕 집어 이것이라고 하면 곤란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정의가 내려져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가 한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바로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다. 그는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로 보았다. 그는 혁신자가 갖춰야할 요소로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의 공급,  새로운 조직의 형성과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꼽았다.

어려운 말이다. 간단히 말해 뭘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과 창의의 정신 이것 아닌가?. 뭐 여기에 고객 제일주의, 인재양성,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넣을 수도 있겠다.

다시 최태원 회장으로 돌아가자. 한국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SK하이닉스가 저 유명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금액만 무려 10조3000억 원이다.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일본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에 이은 세 번째 승부수라는 말이 나온다.

이 덕분에 SK그룹의 반도체 포트폴리오 전략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인수합병의 효과는 커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단숨에 시장 2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5.9%, 키옥시아 19%, 웨스턴디지털 13.8%, 마이크론 11.1%, SK하이닉스 9.9%, 인텔 9.5% 순이다.

이건 하수들의 생각이다. 최태원 회장이 거액을 투자하면서 뭘 보았는가가 중요하다.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 가능성을 최 회장이 읽어냈다고 봐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 회장. 사진=SK그룹

전문가들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본다. 2024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855억 달러로 올해 전망치(592억 달러)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망만 해도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률(IC인사이츠)이 27%로 D램 성장률(3%)을 크게 넘어선다. 최 회장이 낸드플래시 시장을 외면한 채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할 것이라고 본다면 오산 중의 오산일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만 봐도 이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D램 매출 비중이 72%인  반면 낸드플래시 비중은 24%에 그치는 기형의 사업구조다. 과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은 철학이건 사업이건 진실이다. SK하이닉스의 고질의 약점이다. D램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전체 수익이 들쑥날쑥한 것도 이 때문 아니었나. 이를 최 회장이 몰랐을까? 알아도 남음이 있고 경영진 전부가 다 안 사실일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를 보자. 이 대표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면서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단과 처방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대목이다.

인텔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중은 D램이 60%로 줄고 낸드플래시는 40%로 늘면서 안정된 사업 구조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최 회장을 평가할 때 이 같은 현실과 전망을 읽어내고 경영진을 설득해 투자를 실행하는 그의 능력을 높이 봐야 한다.재벌 총수라고 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과 제도의 범위, 회사의 재정 범위 안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바로 오너쉽 즉 주인의 역할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하되 오로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오너 외에는 없다. 이것을 최태원이 몸소 실천한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평생 돈 한 푼 벌어본 적이 없는 극좌 이념 정치인들이 경제를 폭망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이런 사람이 있기에 한국 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아니면 구멍가게든 마찬 가지다. 사자는 작은 먹이를 잡을 때도 몸을 낮추고 온몸의 근육을 극도로 긴장시킨다. 최후의 일격을 가해 명줄을 끊고 질식시킨다.

최 회장을 '사자'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노회한 여우, 늑대들인 정치꾼들의 온갖 협박질에도 굴하지 않고 먹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해 생존과 후대를 기약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무엇일까? 어떤 기업 인수일까? SK는 어떤 기업으로 변신할까? 이재용 삼성부회장은 어떤 일을 할까? 정의선 회장은 무엇을 할까? 최 회장이 쏜 화살이 맞힐 과녁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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