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저금리탓이라는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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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저금리탓이라는 김현미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1.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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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이 또 구설에 올랐다.  전세난은 임대차법 때문이 아니라 저금리 탓이라는 것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을 기점으로 '전세난'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저금리 탓이며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전세시장에서 물량이 급격히 부족해진 현상에 대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약을 연장해 사는 사람이 늘어 자연스럽게 공급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세값 상승도  "금리가 떨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득이 줄어드니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세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인상되면 위험 가계가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말문을 막히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책임을 모면하려는 교묘한 말장난이다.

시중 금리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기준금리가 0.50%에 불과하니 대출금리가 낮다. 금리가 낮아 돈이 많이 풀린 것은 사실이다. 저금리로 가계대출이 늘어났다고 해서 전세값이 올라갔다고 보는 것은 인과관계를 잘못 짚었다.

전세값이 오르니 대출금을 대거나 집을 아예 사기 위해 은행 빚을 낸 것이다. 

게다가 금리가 낮다고 해서 누구나 다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부는 엄격한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나. 일례로 이 정부는 DTI가 있다.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비율이다. 대출을 받고 싶어도 소득이 낮으면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김 장관의 설명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난 것은 병원이 많기 때문이라거나 의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억지 주장이다.

작금의 전세난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서 그 원인이 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제한되다 보니 가격은 자연 올라가는 것이다.

왜 수요가 제한되는가는 굳이 말이 필요없다. 다주택자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는 정책을 펴니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해 전세로 쓸 주택 물량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더 큰 원인은 지난 7월말  시행에 들어간 주택임대차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5% 상한제 등 집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이 그것이다. 한번 계약하면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고 4년 동안 집주인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는 데 누가 보유 주택을 전세 물건으로 내놓을까? 주택 소유자는 해마다 오르는 보유세를 꼬박꼬박 내지만 전세를 든 임차인은 누릴 것은 다 누린다. 차라리 집을 비워놓겠다는 집주인이 나오는 이유다.

임차인을 약자로 보고 보호하려는 이 법이 가진 선의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임대차법 개정 후 전국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오르는 등 전세 대란이 나타났고 있음을 바로보자는 것이다. '정부가 전세난을 자초해놓고 손을 놓고 있다'는 뜨거운 여론에 귀를 열어보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정치권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 않는가?  주무부처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 현실에 눈을 감고 남탓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김 장관이 있는 국토부가 과연 현실을 제대로 읽고 쓸만한 전세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김 장관 말마따나 저금리가 문제라면 금리만 올리면 만사해결 아닌가. 그런데 국책연기과인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2.9%에 이를 것이라며 경기회복까지 금리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김 장관은 뭐라고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라고 해서 많은 국민이 겪고 있는 전세난의 고충을 모를 리 없고 아마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럼에도 표준 임대료 등 극단적인 정책을 제외하면 이미 쓸 만한 카드는 다 썼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내년부터 줄어들어 전세난은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그런 주택의 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린다. 게다가 의무거주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전세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자 전세난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해 공급을 늘리는 게 근본 처방이자 첩경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래 사는 계약을 맺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일 것이다.누구든 임대인과 임차인이 될 수 있음을 안다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는 시장에 맞겨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도록 할 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전세난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게 출발점이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 원리 따르는 게 상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금리탓, 남탓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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