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서 '동박'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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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서 '동박' 전쟁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1.0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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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일진 말련 쿠칭 공장 바로 옆에 공장 건립 추진 논란 가열

세계 동박 시장 2위와 3위를 다투는 국내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일 태세다. 세계 3위인 SK넥실리스가 이미 진출해 있는 2위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옆에 공장을 짓는 것을 추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일진 측은 인력과 기술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동박은 리튬이온배터리 등 2차전지 음극재용 핵심 소재로 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이다. 동박은 전지 내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전지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통로로 전지의 안정된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하다. 전기차 보급확대로 동박수요는 폭발하듯 증가하고 있다.

동박 제조공정. 사진=SK넥실리스
동박 제조공정. 사진=SK넥실리스

국내 대표 동박 제조업체인 중견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는 대만의 장춘(CCP),SK넥실리스와 함께 동박시장의 '빅3'으로 통한다. 장춘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 점유율이 12.9%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각각 9.7%와 7.4%의 점유율로 뒤를 달리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9년 매출액 5502억 원과 영업이익 468억 원을 기록했다.

창업주인 허진규 회장의 차남 허재명 대표이사가 지분의 53.30%, 국민연금이 8.14%, 허 회장 0.03%, 허 회장의 장녀 허세경씨와 차녀 허승은씨가 각각 0.02%를 보유하고 있다. 

■SK넥실리스, 말련 쿠칭에 공장 건설 추진

9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넥실리스 로고. 사진=SK넥실리스
SK넥실리스 로고. 사진=SK넥실리스

SK넥실리스는 SKC가 KCFT(옛 LS엠트론 동박사업부)를 인수해 지난 7월 이름을 바꾼 동박제조업체다.  SK넥실리스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 전북 정읍에 있는 공장 증설과 해외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읍 5공장 증설로 지난해 2만4000t인 생산능력이 올해 3만4000t을 거쳐 2021년에는 4만30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SK넥실리스는 기대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지난 7월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증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있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으로 나가면 고객사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해당 지역에는 SKC 유휴부지가 있어 진출 속도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진 "인력·기술 유출"

문제는 SK넥실리스가 투자지로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한 지역이 일진머티리얼즈 공장과 맞닿은 곳이라는 점이다.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따라 일진의 말레이시아 인력들 사이에서 SK넥실리스 투자 소식이 돌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2017년 현지 공장 말레이시아 설립했다.

일진머티리얼즈 로고.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 로고.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는 SK넥실리스가 자사의 인력과 기술을 빼가려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박은 구리판을 얇게 만든 것으로 초고순도 구리를 생산하고 이를 머리카락 두께의 몇 분의 일 이하로 얇게 만드는 데는 장비는 물론, 엔지니어의 숙련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진은 고온다습한 말레이시아 기후 조건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을 이루기 위해 4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인력을 양성했다.

SK넥실리스가 핵심 인력에 거액의 연봉을 제공해 스카웃할 경우 인력 유출에 따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 불을 보듯 훤하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제조 공정. 일진은 두께 1.5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제조 공정. 일진은 두께 1.5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일진 경영진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진 측은 "SK넥실리스의 해외 투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바로 옆에 SK넥실리스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진 측은 1996년 SK넥실리스의 전신인 LG금속이 전북 정읍에 동박공장을 짓고 30분 거리에 있는 자사 익산 공장의 엔지니어와 숙련공 15명을 데려간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난한다.

업계전문가들은 SK넥실리스가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바로 옆에 공장을 짓는다면 인력과 기술 유출에 따른 양사의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 (일진) VS 4㎛(SK넥실리스)

일진은 동박 분야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기술력에서는 SK넥실리스를 앞선다는 게 중론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0월25일 국내 최초로 1.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반도체용 초극박 (Ultra Thin Copperfoil)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인 이 제품은 일본의 1개사(미쯔이)가 독점하던 제품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 세계에선 두 번째로 개발됐다.

SK넥실리스는 4㎛ 두께의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에서  일진에 뒤쳐져 있다.

초극박은 반도체 패키지에 쓰이고,  IT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동박 중 가장 얇다.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동박의 두께 4.5~10㎛ 보다 얇고, 극한의 제조 기술이 필요해 동박 업계에선 꿈의 제품으로 불린다.

국내에 1만6000t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지난해 1월 공장을 착공한 후 현재 연간 2만t까지 동박 생산을 늘렸다. 장기로는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10만t까지 늘리기 위해 연 1만t씩 증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24일 내년 6월 말까지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2006년 초극박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15년간 시행 착오 끝에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인증 획득과 양산에 성공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978년부터 국내 최초로 일본이 독점하고 있던 동박 개발에 나서 국산화에 성공, 전자 IT 강국의 초석을 다진 소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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