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불가피하게 합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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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불가피하게 합친다지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1.1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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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한진칼에 8000억원 투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단일 국적항공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16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세계 항공업계가 초유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성사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원태 한진칼 회장

그러나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KCGI 측은 이날 인수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산은이 조원태 한진칼 그룹 회장을 살리기 위해 국민혈세를 낭비하려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해 인수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KCGI 연합은 한진칼 주식 46.71%를 보유하며 41.4%를 가진 조 회장 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산은이 이번 인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 약 10%를 보유하면 조 회장은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한다. 이렇게 되면 KCGI 주주연합은 올해 경영권 전쟁에서 조 회장에 패할 수있다. 

KCGI는 이른 시일 안에 한진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통합을 막는 법적 대응과 별도로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구조조정 방안에 목소리를 내려는 게 KCGI의 복안으로 보이는 만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험로를 걸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3단계 아시아나 매각 구상

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총 8000억 원 규모의 투자계약 체결을 통해,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앞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호승 경제수석·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아시아나항공 매각방안을 보고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흐름도. 사진=한국산업은행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흐름도. 사진=한국산업은행

산은의 아시아나 매각은 4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산은이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넣는다. 둘째,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한다. 셋째,이어 대한항공이 아시나아항공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총 1조 8000억 원이다. 내년 초 2조500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진칼은 KDB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유상증자 전에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동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투자 직후 8000억 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 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 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세계 7위 수준 대형항공사, 동북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 탄생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고 궁극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흡수 통합한다. 1988년 설립한 아시아나항공은 3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로써 세계 항공사 중 7위 수준 양대 대형항공사(FSC)와 동북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는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사하면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선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복수항공사를 운영하는 체제인 탓에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 국가의 항공사들과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은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또 아시아나 계열 LCC 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별도 분리 매각 없이 진에어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제치고 '메가 LCC'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인천공항의 여객과 화물의 연결 네트워크가 강화돼 허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등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점들을 감안했다.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매우 어렵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하다"며 "코로나19 지속으로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며 환영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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