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위해 캐나다 사람들 지갑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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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 위해 캐나다 사람들 지갑열까?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01.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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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경제전문가들 캐나다 가계 저축 활용 선호

새해가 밝았다. 여전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캐나다 전역이 우울하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해는 바뀌었다. 과연 올해 캐나다 경제는 회복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치유돼 사람들이 마음놓고 경제활동을 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는 거의 모든 캐나다인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경제는 스스로 살아나는가 하는 물음이다. 아니다. 살려야 한다.그렇다면 누가 살리는가? 그동안 경기가 침체하면 정부가 나섰다. 세금을 깎아주고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돈이 흐르게 했다. 기업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렸다. 소비자는 늘어난 처분가능한 소득 즉 가처분 소득을 쪼개 지출했다. 그렇게 해서 경제는 고비마다 살아났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경제는 누가 살릴 것인가? 정부인가, 가계인가, 기업인가?. 우문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똘똘뭉쳐야만 한다. 그리고 캐나다 경제만 살아난다고 해서 경제가 사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경제가 살아나야 여행업이 살고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목재가 팔린다.

캐나다 가계 저축률. 사진=캐나다통계청
캐나다 가계 저축률. 사진=캐나다통계청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이하 FP)는 민간 소비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FP는 지난달 31일(캐나다 현지시각) '시급한 질문: 캐나다인들은 산더미처럼 쌓은 현금을 경제살리기에 쓸 것인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쉽게 말해 캐나다인들이 지금 산더미 같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니 이 돈을 풀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방정부도 이를 바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캐나다인들이 현금을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은 통계 혹은 수치에 나와 있다. 우선,  캐나다 임페리얼뱅크오브카머스(CIBC)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인들이 자그마치 1700억 달러에 이르는 잉여현금 더미를 깔고 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가계가 9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캔카다인 1인당 2368달러에 해당한다.

둘째, 저축률 통계다. 캐나다통청은 캐나다인들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 쉽게 말해 가계 저축률이 0~5%초반 수준에서 2020년 1분기 5.9%로 뛰었고 이어 2분기에는 무려 27.5% 급등했다가 3분기에 1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순전히 코로나19 덕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활동 봉쇄로 소비를 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다.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캐나다의 크리이그 알렉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P에 "캐나다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가 단 1초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없어 저축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높은 수준의 저축률은 적절하지 않으며 지속할 수도 없다고 CIBC 이코노미스트들은 주장한다.

소비지출이 가져올 긍정의 효과도 있다. 중상위 소득 가계은 외식이나 여행 등의 수요가 억눌려 있다. 이들이 이런 수요를 충족시킨다면 소비증대가 경기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돈을 쌓아놓기만 할 게 아니라 '생산적인'방식으로 써야 한다.

저축이 자금을 대는 소비지출의 수혜자는 적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행과 접객업소 등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또 주택구입이나 신차구입에도  현금이 나갈 수 있다.  노바스코샤은행의 지난해 12월1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자동차 판매는 전달에 비해 9.5%, 1년 전에 비해 10.4%가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와 정부의 규제조치 탓이었다. 캐나다인들은 여행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출근용 옷도 사지도 않았다.

가계 소비지출은 경기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연방 정부가 반길 것이다. 연방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을경제전망'에서 "이 저축은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경제가 완전히 재개될 경우 캐나다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미리 장전한 자극책"이라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긍정의 효과에도 '코로나19로 캐나다인들이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가설은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다. 소득 양극화로 저축을 많이 한 사람은 중산층과 상류층일 뿐이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일자리 상실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저소득층은 생계유지에 소득을 다 써 소비여력이 있을 수 없다. 소득양극화로 저축의 '저'자도 모를 가계가 있다는 것은 굳이 두말이 필요없다. 정부가 혈세로 만든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빚갚는데 써버린 가계도 즐비하다. 현상만 봐서는 안 된다.

소비지출을 통한 경기회복은 바람직하지만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는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캐나다에서 항공과 자동차 여행 재개로 석유수요가 증가할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즈야(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뉴스
캐나다에서 항공과 자동차 여행 재개로 석유수요가 증가할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즈야(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얼마나 많이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CBC뉴스

뭐니뭐니해도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경제 전문가들이 아무리 소비하고 투자하라고 떠들어도 1차 코로나19 창궐에서 한 학습경험 탓에 가계와 기업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재창궐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 다음은 공급여력이다. 경제봉쇄 조치로 기업들은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항공사를 보라. 손님이 오고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서 그것을 다 맞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미래를 긍정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컨퍼런스보드캐나다의 페드로 안투네스(Pedro Antunes) 수석이코노미스튼  캐나다 가처분 소득 증가를 '뒤로 당긴 고무줄 새총'에 비유했다고 한다. 캐나다 가계가 올해 소비할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앞으로 3년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캐나다인들이 저축액 중 일부를 풀고 기업도 현금으로 투자를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상이 정상화한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지갑을 열 것이다. 그런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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