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협 대응,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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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협 대응,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1.1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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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의 미망을 깨우는 데 능하다. 그 중하나가 대화로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착각과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의 핵을 막을 수 있다는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린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5~7일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지난 5년 간 최대 성과로 핵무력 완성을 꼽았다. 김정은은 김정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과 사거리 1만5000k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수중과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 ,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전술무기화,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탄두) 개발 등이다.

'핵'이라는 표현을 36번 써가며 핵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비핵화를 할 마음이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름하여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핵 카드가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라는 말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다. 한마디로 '교언영색'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미국과 맞서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남한을 핵으로 위협해 완전히 복종시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를 애써 외면한다.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구경 600mm  대구공 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신형 미사일에 탑재해 쏜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끔찍한 핵전쟁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악몽의 실현이 바로 김정은이 이번에 사업총화 보고에서 한 발언의 핵심이다.

북한의 주요 미사일.사진=CSIS
북한의 주요 미사일.사진=CSIS

핵잠수함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한국이 방어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완전히 성공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북한만 안다. 그런 만큼 최악을 가정해서 대비하는 게 우리군 당국의 책무이자 꼭 필요한 자세다.

그런데 한국군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전히 재래식 무기 증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6조 원이나 들어가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어뢰 공격을 위한 큰 표적이 될 뿐, 대북 억지력으로서 큰 위협을 갖지 못하는 경항모 건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 씽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24일 발간한 보고서는 한국군이 달달 외워야할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허점이 많은 만큼 북한의 핵능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술핵무기 반입이나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발사 전에는 킬체인 ▲발사후에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요격▲미사일 타격 피해를 입은 이후에는 KMPR(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 핵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3축 체계는 자체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대안 대신 첨단 재래무기로써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개념이다.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래전력으로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고 적의 공격징후 탐지·타격을 위해서는 감시정찰위성, 정보위성, 통신위성, 무인정찰기, 항공정찰자산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군은 여전히 개별 자산들의 확보가 부족하며 입체적으로 연계하는 체제도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산연의 지적이다.

그러나 핵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가 재래식 전력만으로 핵위협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이상일 뿐이며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파괴력이 수킬론톤(kt=TNT 1000t)의 핵무기를 서울 상공에서 터뜨리면 어떤 피해가 생길지 상상을 해보라. 경제력이 집중된 서울의 경제 금융 산업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다. 

아산연은 한국군의 가장 취약한 곳을 정확히 지적했다. 즉 재래전력을 통한 핵위협 억제가 그나마 효과를 발휘하려면 핵능력의 뒷받침이 있거나, 혹은 동맹국의 핵능력 제공에 대한 약속이 분명해야 하지만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나 우리 자체의 군사력 건설 계획에서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확실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정은의  핵잠수함 개발이나 다탄두 개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을 단순히 공갈로 여기고 앉아 있을 것인가? 이런 핵카드를 미국용이라고만 간주하고 안주할 것인가?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이제 핵능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핵무기는 핵무기로써만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B61-12 전술 핵폭탄. 사진=미공군
B61-12 전술 핵폭탄. 사진=미공군

아산연은 이 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했다. 미군 전술핵 재반입, 한미 간 핵공유, 구체적 확장억제 수단에 대한 한미 간 합의, 관련 작전개념과 계획의 개발, 유사 시 핵사용을 전제로 한 지휘체계 구축과 운용능력 확보를 위한 교육·훈련 등이 그것이다.

아산연은 특히 "전술핵 재반입이나 핵공유 중 하나의 조치는 실현돼야 재래전력을 통한 북한 핵 억제 전략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비핵화 약속을 깨왔다. 북한의 거듭된 약속 파기로 우리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우리만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고 핵을 반입하지도 않음으로써 스스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일을 자초했다. 

군당국과 한국 정부 지도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자위력을 갖고 있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됐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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