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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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나라"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1.2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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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언제든지 구속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시쳇말로 기업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최고,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법정구속된 것은 가장 분명한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부회장
이재용 삼성부회장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은 수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가 되면 인감증명서를 한 20장 떼서 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는 말도 나돈다. 기업 경영자는 임금체불에서부터 산업재해발생에 이르기까지 기업 경영활동에 관한한 거의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례로 그동안 임금을 체불하면 구속됐다. 그런데 앞으로는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구속된다.

이는 한국의 기업인은 준법을 위한 비용을 많이 치러야 한다는 뜻이 된다.

기업을 옥죄는 데는 정치인들이 선봉에 섰고 서고 있다. 표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들은 상법·중대재해법·공정거래법 등을 고쳐 주주 의결권 제한 등 법적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난도 받는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CEO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익을 본 기업은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이익공유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기업인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말없이 볼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징역 1년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원청 업체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5인 미만 사업주 처벌은 빠졌다. 50인 이상 기업은 내년부터, 50인 미만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이런 법안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업인의 불법행위는 마땅히 처벌해야 한다.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고의의 임금체불, 하청업체 갑질,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 발생하는 산업재해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입법과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조언도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산재 사망자의 다수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는 게 우선 아닐까? 처벌보다는 예방이 앞서야 한다. 안전시설 확충, 교육 등 비용을 충분히 지출해야 한다. 비용부담의 주체가 누가될 것이냐는 숙제가 남는다.

'최저가입찰'이라는 계약관행을 고치는 것도 해법중 하나라고 본다. 가장 낮은 가격에 계약을 따낸 사업자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근로자 안전과 건강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근원처방을 제쳐놓고 처벌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점점 내성이 생겨 '고질(痼疾)'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인을 잠재 범죄자로 간주하고 다그치는 접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익공유제도 마찬 가지다. 곱씹어볼 점이 적지 않다. 어느 기업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렸는가, 그것이 코로나와 연관성이 있는가, 소비자는 손실을 보고 기업만 이익을 챙겼는가, 손실이 나면 손실도 공유할 것인가 등등.

고질을 해결하는 처방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경제주체의 각성, 철저하게 '갑과 을(甲乙)'의 관계인 한국의 정치와 기업관계, 정부와 기업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야할 길이 멀다.

경영활동으로 이익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세금을 내는 기업인이 법정에 서고 수의를 입어서는 안 된다. 기업을 위해서나 국가경제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10대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상황에 처했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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