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얼마나 심각하길래 포드 등 생산 감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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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부족 얼마나 심각하길래 포드 등 생산 감축하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0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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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고 장비업체들도 공급 꺼려...수급부족 당분간 지속될 듯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미국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을 줄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지만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수익성 낮아 생산을 기피하는 데다 시대에 뒤진 기술을 적용하는 탓에 장비공급 업체들도 공급을 꺼리는 만큼 당분간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각국이 봉쇄에 들어가며 심각한 타격을 입은 뒤 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며 극심한 생산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최신형 차량의 길 안내나 음악재생 등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체계나 파워스티어링 등 핵심 부분품에 필수요소로 들어간다. 특히 엔진컨트롤, 디스플레이정보표시,안전벨트 미착용 알림 등의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등을 비롯해 자동차에 200~300개 들어간다.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주요 생산업체다.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8인치 웨이퍼로 생산되고 90~180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대 제조공정이 쓰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12인치 웨이퍼에 5~20나노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반도체 장비 공급사들도 8인치용 장비 개발이나 공급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랩터'.사진=포드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랩터'.사진=포드

■포드·GM 감산 발표

포드는 지난 4일(현지시각)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베스트셀러인 F-150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쟁사인 제너럴 모터스(GM)는 하루 전인 3일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조립 공장 3곳 생산을 중단하고, 인천 부평공장 생산은 절반으로 감축하지만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마진 높은 차종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GM은 8일부터 1주일간 생산을 중단한 뒤 이후 1주일 단위로 상황을 봐가며 조절할 계획이다.

베스트셀러이자 마진이 높은 F-150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키로 한 것은 포드가 GM에 비해서도 훨신 더 강한 반도체 공급 부족 압박을 받고 있음을 뜻한다.

포드는 이날 F-150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미시건과 미주리주의 공장 가동을 축소한다. 이에 따라 포드는 미시건주 디어본의 트럭공장 근무를 8일부터 1교대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근무 교대 없이 8시간만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조립공장 역시 3교대제에서 2교대제로 전환한다.이에 따라 생산시간이 하루 8시간 단축된다.

켈리 펠커 포드 대변인은 "15일부터는 미시건과 미조리주 공장 가동이 정상으로 3교대제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마르 갈호트라 포드 북미 국제시장 대표는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에 대해 "매우 역동적인 상황"이라면서 "포드는 공급사와 공급부족 충격을 완화하고 가능한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TSMC의 8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 사진=TSMC
대만 TSMC의 8인치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 사진=TSMC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란 왜?

반도체 수급 대란의 출발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발주를 줄였는데  지난해 말 중국 등에서 신차 주문이 쏟아졌다. 차 회사들은 다시 발주에 나섰다. 그런데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호황을 맞은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의 뿌리는 이보다 더 깊다. 수익성이 낮고 기술도 뒤떨어져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장비업체들도 장비개발과 공급을 기피하는 게 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8인치 웨이퍼(20.32cm)로 생산하고 90~180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대 제조공정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정보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12인치(30.48cm) 웨이퍼 생산에 집중하고 5~20나노 기술을 적용해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업체로서는 마진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를 위해 8인치 생산 라인을 증설할 이유가 적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영국 아거스미디어는 "반도체 수급부족은 구조적인 것이며 장기 투자와 정치적 의지로써만 해결될 것"이라면서 "이는 실리콘과 갈륨, 게르마늄 등 원재료에서부터 반도체 완제품에 이르는 반도체 가치사슬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나라들간 협력에 일정기간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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