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1년 이상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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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부족, 1년 이상 간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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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족과 차량 고성능화가 원인...IHS마킷 96만 4000대 차질 전망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칩의 부족으로 차량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올들어 혼다, 닛산, 도요타, 스바루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미국의 포드와 GM,독일 폴크스바겐 등 구미 업체들도 자동차용 반도체 칩의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고 있다. 독·미·일 등 자동차 생산 주요 국가 정부가 대만의 경제부에 자동차 반도체 칩 증산을 요청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공급부족과 차량의 고성능화가 근인으로 꼽힌다. 최악의 경우 1년 이상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간 생산차질이 근 1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차량용 반도체 왜 부족해졌나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계통을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를 포함하는 아날로그, 엔진 등을 제어하는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로직, MOS 메모리, 디지털 신호 처리장치(DSP), 마이크로 프로세서 유닛(MPU) 등이 있다.

종류별 차량용 반도체 출하규모(2016년과 2017년), 단위=억 달러. 사진=JB프레스
종류별 차량용 반도체 출하규모(2016년과 2017년), 단위=억 달러. 사진=JB프레스

일본 JB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독일 인피니온이 세계 1위에 올라 있고 네덜란드의 NXP반도체가 2위,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스가 3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달리 평가한다. NXP가 1위,인피니온이 2위, 르네사스가 3위,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4위라고 평가한다. 

JB프레스는 상위 3사는 자체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조공정 기술 면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메이커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2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후의 첨단 반도체는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공정기술을 3나노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대만 TSMC가 주된 외주 생산 업체이다. 40~45나노미터 이전의 기존 반도체도 자사 공장의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는 TSMC와 대만 UMC에 생산 위탁하고 있다. 

대만 TSMC. 사진=TSMC
대만 TSMC. 사진=TSMC

일본과 미국, 유럽의 많은 자동차 메이커가 반도체 부족에 빠져 있다는 것은 TSMC와 UMC가 생산하는 자동차 용 반도체가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수익성 높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에 주력하는 탓이다. TSMC는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전체 출하 칩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고성능 PC용 프로세서와 고성능 서버용 프로세서 등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가 30~40%를 차지하고 있다.

TSMC의 차량 반도체 비율은 매우 낮다. 2019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는 불과 4%에 머물렀다. 코로나19로 2020년 3분기에는 2%로 반감됐다가 4분기에 3%로 회복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이 크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주문도 잇따라 취소됐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공장이 폐쇄되면서 생산은 멈췄고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부품 발주를 중단해야 했다. 기존 주문마저 취소했다. 자동차 업계는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대한 발주 물량을 취소했고 그 자리를 기술 기업들이 차지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칩의 고성능화도 공급 부족을 부추긴다. TSMC는 2018년 3분기부터 7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5나노급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4분기에는 5나노 반도체가 차지하는 출하액 비중이 전체의 20%에 이르렀다.

TSMC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로 '비전 2030'을 추진하는 삼성도 기술에서는 TSMC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미세가공 기술을 선도하는 TSMC에는 애플, 퀄컴, 브로드컴, AMD, 엔비디아, 자일링스, 미디어텍, 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 거대 고객이 즐비하다. 모든 고급 기술 생산 칩을 이들이 가져간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메이커인 인피니온, NXP, 르네사스까지 가세해 TSMC최첨단 능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용 반도체의 최종 고객이라고 해서 도요타, 폴크그바겐, GM이 우대받는 일은 없다.

자율주행 등 자동차의 고성능화도 반도체 공급 부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계는 'CASE(커넥티드, 자율운전, 공유, 전기화)'의 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첨단 5G통신용 반도체가 필요하고, 또 자율주행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가진 반도체가 들어간다. 과거 로직이나 아날로그 반도체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아니다.

■반도체 부족 최소 1년 이상 간다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칩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칩 공급 부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 강국 정부들이 대만에 증산을 요청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TSMC는 지난달 29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라면서 "통상 공정에서 40~50일 걸리는 납기를 최대 20~25일로 줄이는 '수퍼 핫라인' 기법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시 응급처치일뿐 근본 타개책은 되지 못한다.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다.자동차용 반도체 라인 신설에는 최소 1~2년이 걸린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의 부족이 해소되는데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뜻이다.

UMC경영진도 지난달 27이 기자회견에서  "차량 공급을 우선할 수 없다. 주문받은 순서에 따라 제작한다"며 자동차 용 반도체 증산에 응하지 않는 생각을 나타냈다.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랩터'.사진=포드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랩터'.사진=포드

■IHS마킷 "중국 등 올해 96만 4000대 생산차질"

시장조사회사 IHS마킷은 지난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으로 1분기에 전 세계 소형자동차 67만2000대의 생산차질이 빚을 전망이며 이 같은 감산사태는 올해 3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HS마킷의 필 암스테드 선임 주요 분석가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것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한 수요증가와 제한적인 반도체공급에 따른 사태로 두 요인이 해결될 때까지 반도체부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HS마킷은 중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약 25만 대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생산계획을 추적하는 '오토 포캐스트 솔루션'은 지난 2일 반도체부족에 따른 올해 생산대수 차질이 96만4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포드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베스트셀러인 F-150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한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경쟁사인 제너럴 모터스(GM)는 3일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조립 공장 3곳 생산을 중단하고, 인천 부평공장 생산은 절반으로 감축하지만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마진 높은 차종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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