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결국 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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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결국 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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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이 결국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후보를 사퇴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WTO 사무총장에 이번까지 세번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이 출마해 최종 선출에는 실패했지만 대신에 사무차장을 맡았다. 2012년에는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해 제2차 라운드까지 진출했으나 최종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TO사무총장 후보 사퇴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TO사무총장 후보 사퇴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유 본부장의 사퇴로 나이지리아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WTO 차기 사무총장 임명이 유력하다.

WTO는 사무총장을 일반이사회에서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원합의)로 추대하는데, 그간 중국과 나이지리아간의 관계에 불만을 품은 미국의 반대로 선출 절차는 답보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7개월째 공석인 WTO 사무총장 선출 작업이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네바 한국대표부도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의사회 의장에게 유 본부장의 후보 사퇴 결정을 알렸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유 본부장은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으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유 본부장은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돼 1948년 산업부가 설립된 이래 70년 만에 첫 1급 여성 공무원이 됐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TO사무총장 후보 사퇴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TO사무총장 후보 사퇴사실을 밝히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유 본부장은 "WTO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회원국의 컨센서스 도출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과 협의를 해 왔지만 WTO 기능의 활성화 필요성 등을 종합으로 고려해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퇴 의사 결정을 미국 정부도 존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간) 긴밀히 조율해 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든 유 본부장은 9월18일 입후보자 8명 중 5명 안에 들어 2차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8일 최종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된 3차 라운드 선호도 조사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밀렸다. 163개 회원국 중 102곳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호도 조사 결과가 뒤지면 이에 승복해 후보 사퇴를 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사퇴하지 않자 국제사회에서 "무리하게 버틴다"는 비판이 나왔다.

WTO 일반이사회 회의는 3월1일로 예정돼 있지만, 사무총장 공석 기간이 길은 만큼 특별 일반이사회를 열어 선출 작업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WTO 규정상 일반이사회를 열려면 회원국에 10일 전에 공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회의는 일러야 오는 15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측은 "다자주의를 재건하고 강화하려는 한국의 약속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체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한 국제경제 전문가다. 재무장관을 두 차례 역임했다. 2014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한편, 역대 WTO 사무총장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 가면서 맡았다. 1대 피터 서덜랜드(1993~1995년) 사무총장은 아일랜드 출신이며  2대 레나토 루지에로(1995~1999년)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3대 마이크 무어(1999~2002년)는 뉴질랜드 출신이며  4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2002~2005년)은 태국 출신이다. 5∼6대 파스칼 라미(2005~2013년)는 프랑스, 7~8대 호베르투 아제베두(2013~2020년 8월)는 브라질 출신이다.

이번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도 전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남겨놓고 갑자기 도중에 사임해 ‘총장 유고’ 사태가 발생하면서 치러졌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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