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인플레, 유비무환이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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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인플레, 유비무환이 상책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1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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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완화정책·원자재 가격 급등 인플레 걱정 높여
Fed 금융완화 지속하지만 긴축 가능성은 열려있어

난데 없이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많다. 주로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가 1%를 넘으면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 즉 만기 10년 국채와 10년 만기 물가연동채(TIPS) 간 금리 차이가 미국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물가연동채 금리간 차이는 흔히 기대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9&10뉴스닷컴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9&10뉴스닷컴

소비자물가상승률 0%대인 우리나라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핀잔이 나올 법하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 수출입 등 대외의존도가 크고 미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먼 산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미리미리 원인을 진단해보고 대책을 세우는 게 상책이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 아닐까 싶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인 인플레이션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수요가 일정하다고 할 때 공급이 적어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이것은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 정책 등으로 공급이 줄어 물가는 오를 수 있다. 또 생산비용 상승해  가격이 올라가서 오를 수도 있다.

반대로 경기활황으로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수요 견인형 물가상승이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많이 푼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바로 정책 측면의 인플레이션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돈이 많이 풀렸으니 물건 값이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경기는 그다지 좋지 않은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든 세계 시장 기준유로 통하는 북해산 브렌트유든 모두 달러로 표시되고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가 많이 풀려 달러가치가 내려가면 유가는 반대로 올라간다. 주지하듯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달러를 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국채를 찍어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는 각종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달러를 방출하고 있다. 돈이 많이 풀렸으니 그 가치가 내려가고 물건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물가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의 오일 펌프. 사진=러시아투데이닷컴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의 오일 펌프. 사진=러시아투데이닷컴

국제유가는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유가 재균형을 위해 강제로 감산에 들어가 공급을 줄인 탓으로도 오르고 있다. 공급 견인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통화안화→달러가치 하락→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OPEC+감산합의 정책→하루 770만 배럴 감산(2021년 1월부터는 하루 720만 배럴 감산)→원유공급 감소→유가상승→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브렌트유 가격은 코로나 19 발생직후 직후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가 최근에는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유가 외에 구리, 철광석 같은 다른 원자재 가격 역시 요즘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이 단기에 빨리 오르는 '수퍼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과는 동일하다. 어빙 피셔(Irvinf Fisher)의 교환방정식은 이를 잘 설명한다. 즉 MV=PT(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P는 물가수준, T는 산출량)에 따르면 통화공급은 그대로 물가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조짐도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빨리 회복국면에 들어간 중국 경제는 올해 예상 성장률이 8∼9%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정하는 잠재 성장률인 6%보다 2∼3%포인트 높다. 미국 경제도 올해 성장률이 4∼5%대로 예상된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 성장률인 2%를 기준으로 한다면 2∼3%포인트의 인플레 갭이 발생한다.

다시 국제유가로 돌아가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석유업체들이 생산을 줄여 재고량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백신배포 확대에 따라 코로나19 퇴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제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경기가 살아나 원유수요가 갑자기 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재고 감소 속에 갑작스런 수요 회복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유생산 감소→원유재고 감소→원유수요 회복→가격상승→물가상승의 순환이 생긴다.

현 상태는 통화량과 물가가 함께 낮아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정도로 통화량이 팽창한 상태인 '리플레이션(reflation)'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막 풀고, 경기가 갑작스레 살아나 수요가 폭발한다면 리플레이션은 어느 순간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으로 변질하고 중앙은행들이 이를 잡겠다며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월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국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월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국연방준비제도(Fed)

물론 이는 현재로서는 기우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Fed 의장이 지난 10일 뉴욕 이코노미클럽 온라인 세미아네서 "미국의 노동 시장이 완전 회복까지는 요원한 상태"라면서 경제 회복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자산매입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파월 의장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선 참을성 있게 순응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통화완화(테이프링)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미 Fed는 지난해 8월27일(현지시각) 각국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상승률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AIT)를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하되 일정기간 2%를 밑돌면 그다음 일정기간 물가상승률이 2% 를 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Fed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사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일은 어렵다고 말한 것과 진배없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다 건너에서 가열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논쟁을 먼산 불보듯 해야 할까? 아니다. 조심하고 예방책을 세워서 손해볼 일은 없지 않는가?

미국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미국만이 안다. 그런데 원유공급, 원유가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미국의 감기가 한국에 독감이 되지 않도록 선제대응해서 그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매수와 주식투자로 가계와 개인은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기업 부채 역시 적지 않다. 가계든 기업이든 빚는 줄이고 현금을 늘리는 것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현명한 한 가지 대응책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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