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뉴욕 상장과 홍남기 밥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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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뉴욕 상장과 홍남기 밥숟가락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2.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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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한국의 상장규제가 심해 미국으로 갔다는 주장에서부터 모기업이 미국 기업이어서 미국을 택했다는 주장 등 다종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쿠팡 로고
쿠팡 로고

이유야 어떻든 우리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축하한다는 쓴 글에 나경원 전 의원이 날선 비판을 한 것 때문에 영 입맛이 개운하지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 부총리는 14일 자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쿠팡 상장 계획과 주요 외신 평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 그리고 비대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는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대기업은 물론,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 기업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바로 다음날인 15일  홍 부총리를 향해 "숟가락 얹기 하지 말라"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나 전 의원의 주장 요지는 이렇다. 각종 규제와 정체 불명의 제도를 이야기하며 혁신 발목잡기만 해 온 문재인 정권은 반성부터 해야한다는 것이다. 쿠팡을 비롯해 수많은 혁신 기업이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이 정권이 쿠팡에 찬사를 보낸 것은 엉뚱하다는 것이다. 

홍 장관의 축하 인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축하 인사에 굳이 비판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도있을 수 있다. 기업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데 무슨 말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반면, 기업 옥죄기만 하다가 기업이 애써 일군 성과를 자기 공인양 가로채려 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밥숟가락 얹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선의로 축하인사를 한 것으로 믿고 싶다. 기업을 도와주는 정책을 펴겠다는 경제정책 수장의 말을 신뢰하고 싶다. 밥상을 차린 주체는 기업이지만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정부도 역할을 했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반성부터 하라'는 나  전 의원의 글이 솔직히 더 울림이 커 보인다.  

듣기 싫은 말도 때로는 듣고 새겨서 정책에 반영하는 게 지혜로운 일이다. 기업 혁신을 줄기차게 외치고 나름 제도를 만들었는데도 여전히 이런 날선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 보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기업이은 왜 차등의결권을 줄기차게 요구하는가? 왜 시민단체들은 이를 반대하는가? 묻고 답하는 게 현명한 처사다. 정부는 정책의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의 수요를 채우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애써 일군 기업 경영권을 잃게 생겼다는 기업인과 재계의 하소연을 재벌 세습이라며 질타하는 시민단체의 주장만큼 균형있게 귀를 기울였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떠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대기업과 중소벤처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는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 아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세울 만큼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가 창업에 나서 쿠팡 같이 기업을 세우고 키워서 상장해서 국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전제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전 의원의 '밥숟가락 얹기' 비판을  창업과 상장,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선할 기회로 삼는 정부의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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