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원자재 수퍼사이클'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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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원자재 수퍼사이클' 오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19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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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투자 기대감에 수퍼사이클 30년간 지속 전망

원자재 시장에 20년 이상 장기간 가격상승이 이어지는 추세를 뜻하는 '수퍼사이클(Super Cycle )'이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철광석과 구리, 니켈 등 주요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제여건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결과일 뿐이라며 '수퍼사이클'은 서커스장 호객꾼의 과장된 광고라고 평가절하한다. 

호주 철광석 업체 BHP의 철광석 수출 터미널 전경. 사진=마이닝닷컴
호주 철광석 업체 BHP의 철광석 수출 터미널 전경. 사진=마이닝닷컴

2003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수퍼사이클은 2008년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쳤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의 장기 사이클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폭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 여기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각종 대책이 시행에 들어가면 수요가 급즈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철광석 등 가격 급등 '수퍼사이클' vs 단순 수급 문제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지난 세기 동안 4번 밖에 없은 구리·니켈·철광석 등 ‘원자재 수퍼사이클’이 5번째 도래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수퍼사이클'논쟁에 불을 지폈다.

가장 최근의 수퍼사이클은 중국이 인프라 부양책을 활성화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천연자원 수요 급증으로 10년 동안 계속됐다. 

가디언은 이미 수퍼사이클이 시작됐다면서 그 증거로 철광석과 구리·니켈 가격을 예를 들었다. 최근 몇 주간 철광석 가격이 85% 이상 급등해 거의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은 t당 165달러까지 솟았다.

구리 시세는 지난해 3월 이후 80% 오르면서 9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가격은 17일 t당 8413.5달러로 8400달러를 넘은 데 이어 18일에는 8650달러까지 치솟았다. 거침없는 하이킥 형국이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런던금속거래소 구리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니켈은 17개월 사이에 최고치에 근접했고 코발트는 2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했다. LME에서 니켈 가격은  t당 1만8966달러를 기록했고 코발트는 t당 4만8000달러에 거래됐다. 코발트 가격은 2019년 1월4일  t당 4만5000달러였다. 지난 3년 기간 동안  코발트는 2018년 3월22일 9만5000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마크 루이스 최고지속가능성전략가(CSS)는 지난달 가디언에 "원자재 부문은 어느 시장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0년은 청정에너지 인프라, 청정운송과 녹색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투자의 수퍼사이클을 가져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론도 있다. CPM그룹의 제프 크리스티안(Jeff Christian)은 마케팅을 위한 과장이라고 평가절한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분석가는 "2005년 상품수퍼사이클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을 때  마케팅 광고라고 말했다"면서 "지금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수요분석을 알고 제대로 한다면 왜 상품, 원유와 곡무르 금속가격이 오르는지 알 것인데 그것은 경제의 기본이며, 상품수퍼사이클은 축제 호객꾼의 광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5차 수퍼사이클 기폭제는 경기부양책, 달러가치 하락, 기후 투자

이번에는 코로나19 경제 공백 이후 수요의 반등, 미국 달러 가치 하락, 각국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기 위해 녹색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필요성이 수퍼사이클을 점화시킬 수 있다고 가디언은 주장했다.

가디언은 앞서지난달 10일에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성장에 시동을 걸기 위해 녹색산업 혁명을 이용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새로운 '상품 수퍼사이클' 직전에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5개년 계획부터 유럽의 그린 딜, 조 바이든의 경기부양 계획까지, 각국 정책입안자들은 경제 이익을 재분배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탄력적인 공급망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장기간 계속되는 상품 수요 전망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적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지원 정책을 쏟아 부음에 따라, 다음 수퍼사이클은 2000년대 초 신흥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이끈 상품 붐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풍력발전소나 전기차 충전망 등 친환경 프로젝트라면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전략 모두 철광석, 구리, 코발트, 리튬을 포함한 다량의 금속을 필요로 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다니엘 메이저 분석가는 수년 전에 " 전기차 출시와 청정에너지로 가는 전환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상품의 주요 메가트렌드(거대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술의 호황은 자동차 배터리 제조, 자동차 충전, 전기 분배와 저장에 사용되는 코발트, 니켈, 구리 수요도 가속화할 수 있다.

광산 회사들이 석탄에서 벗어나 녹색 회복을 촉진하는 금속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투자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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