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전자금융법 '빅브러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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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전자금융법 '빅브러더' 맞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2.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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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빅브러더는 과장"에 李 직격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러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이 총재는 또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은이 직접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개인들의 거래 내용들을 수집, 관리하는 권한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수장이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인들의 거래 내용이 금융결제원에 모이고, 금융위가 이 정보들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으로 문제가 생기면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은과 금융위 모두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전자금융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영역다툼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전금개정안 빅브러더법"

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급결제와 관련해 한 질문에 대해 "정보를 강제로 한 곳에 모아놓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자체는 빅브러더"라며 전금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융위가) 전금법이 빅브러더가 아닌 예로 통신사를 들었는데 적합하지 않은 비교"라고 비판했다.

빅브러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공의 독재자로 모든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국가의 비합법적인 감시체계를 뜻하는 말로 통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제 전화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를 빅브러더라고 할 수 있나. 지나친 과장이다"면서 "(한은의 빅브러더 지적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조금 화가 난다"고 한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금법 개정안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금융위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이 총재는 "금융결제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한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도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조항이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제도 업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과 상이한 프로세스를 추가함으로써 운영상 복잡성을 증대시키며, 내부 거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지급결제 시스템으로 전이시켜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전금법 개정안 골자는?

논란을 빚은 전금법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간편결제의 소액후불결제 허용 등이 핵심이다.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와 핀테크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업을 일부 허용하는 대신 청산기관(금융결제원)을 통한 업체 내부거래를 포함한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지급거래 청산' 관련 항목이다. 그 동안 각종 페이의 지급결제 과정이 서비스 안에서만 오고 갔다면, 앞으로는 외부 기관(금융결제원)을 정식으로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 카카오에게 모든 내부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로 제공토록 하면서 금융위가 금융결제원 감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가 고객의 모든 거래 정보를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데다 금융위가 별다른 제한 없이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헌법에 근거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정부가 아무 제약 없이 상시로 모든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때 금융당국이 누가 자금의 주인인지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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