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 국채 금리 급등...경기 회복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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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 국채 금리 급등...경기 회복 전조?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2.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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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국채 금리, 코로나 사태 후 처음으로 1.4% 돌파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얘기다.미국 국채는 물론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국채 금리의 급등은 국채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어난다. 국채 수요가 급감한 것은 전세계에서 국채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표면금액 10만 달러짜리 미국 재무증권(국채). 사진=위키피디아
표면금액 10만 달러짜리 미국 재무증권(국채).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국채 10년 물 수익률 1.54%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기준으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54%를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본격 시작된 2020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년 만기는 2.25%, 30년 만기는 2.33%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강국 독일의 경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2월 -0.62%에서 24일 0.29%로 치솟았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경제강국도 마찬가지다. 호주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이미 넘어서 1.61%로 크게 올랐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0.1%까지 올라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70조 달러 규모의 채권 시장 수익률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멀티버스 지수의 경우도 지난해 말 이후 1.9%나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 1분기 채권 수익률이 2018년 중반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엔 악재다. 주식시장에 있는 자금이 수익률 높은 채권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1.4%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이 대체재 관계임을 감안하면 국채 금리가 S&P 500 기업의 배당수익률을 넘어선다면 주식시장의 자금이 채권으로 대 이동할 수 있다. 소위 머니무브가 일어날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리플레이션의,경기회복 전조?
 

반대 해석도 나온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은 글로벌 경기가 리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로 풀이한다.

리플레이션이란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을 대량으로 팔고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와 시중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전통의 안전자산인 채권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강세론자인 에드 야드니 야드니리서치 대표는 FT인터뷰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마침내 리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하는 것 같다"면서 "각국 정부가 코로나발 역대 최대 경기부양에 나선 결과 물가 상승 압력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야드니는 1980년대초 '채권시장 자경단(bond vigilantes)'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가 채권 투자자들과 전례 없는 재정지출 확대로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돌파하려는 통화정책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채권시장 자경단이란 정부가 지나치게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방만하게 재정지출을 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지 감시하는 한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채를 대량 매도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채권 투자자들을 말한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촉각

각국 중앙은해들도 채권 시장의 동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회복에 부정으로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채 매수에 나선 중앙은행도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9일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 23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의 고용과 물가 수준이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면서 "경제 회복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현 수준의 채권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중앙은행도 장기 국채 금리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 22일 관계 당국에서 채권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혀 채권 시장 상황에 따라 통화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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