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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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의 여운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3.01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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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에서 본 천상의 정토

"선운사를 가신 적이 있나요"

대학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처음으로 선운사와 동백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꼭 가고 싶었죠. 그런데 35년여가 지나 2월27일 선운사에 갔습니다. 1박2일 템플 스테이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는 길엔 가수 송창식의 '선운사'를 들었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내비게이션 지시를 잘못 알아들어 이리저리 헤매다 7시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용인신갈→서해안고속도로→선운사IC로 가면 될 길을 내비따라 가다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그래도 늦게 객을 반기는 선운사를 보니 피로가 완전히 가셨습니다. 고즈늑한 저녁 선계에 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밤늦게 캄캄한 길을 고창의 명물 복분자 엑기스를 사러 동네까지 내려왔다 돌아가는 길도 멀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극락교에서 바라다 본 선운사. 사진=박준환 기자
극락교에서 바라다 본 선운사.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 대웅전과 석탑.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 대웅전과 석탑.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의 동백.아직 철이 일러 피지는 않았다.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의 동백.아직 철이 일러 피지는 않았다.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에서 템플스테이까지 가는 15분 남짓한 길가엔 아름드리 은행나무 숲과 녹차밭이 있었습니다. 왼쪽엔 고로쇠나무와 느티나무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템플스테이 앞에는 커피샵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거나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땀과 속세의 때를 떨쳐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운사의 미덕을 꼽자면 물이 많다는 것입니다. 선운산 자체에 물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수지인 도솔제가 있습니다. 선운사 앞으로도 많은 수량이 흐르는 내가 있습니다. 이무기 전설이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합니다. 바로 도솔천입니다. 

선운사 템플스테이 앞 작은 호수.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 템플스테이 앞 작은 호수.사진=박준환 기자

템플스테이에서 나와 한 30~40분을 오르막인듯 평지인듯한 길을 걸어가면 도솔암이 나옵니다.  가는 길엔 개울물이 끊임없이 흐릅니다. 세찬 물도 있고 천천히 흐르는 물도 있습니다. 마치 마음을 씻어라는 뜻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운사에서 도솔암 가는 길 숲을 흐르는 맑은 물.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에서 도솔암 가는 길 숲을 흐르는 맑은 물. 사진=박준환 기자

진흥굴을 지나면 거대한 장송이 기리고 있습니다. 여덟 갈래로 나뉜 소나무입니다.수령은 무려 600살, 높이는 23m에 이릅니다. 옛날 진흥왕이 수도했다고 알려진 진흥굴 앞에 있다고 하여 진흥송이라고 한답니다. 

도솔암 길목에 우뚝 서 있는 장사송.사진=박준환 기자
도솔암 길목에 우뚝 서 있는 장사송.사진=박준환 기자

도솔암은 고즈넉합합니다. 단청이 없는 나무의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암자입니다. 무엇하러 이 외지고 높은 곳에 암자를 짓고 수행을 했을까요? 홀로 진리를 추구하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이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석불.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 도솔암 마애석불. 사진=박준환 기자

도솔암 바로 옆에는 마애석불이 있습니다. 고려말에서 조선초에 깎아지른 절벽에 정을 쪼아 조성했다고 합니다. 각진 얼굴, 치쳐 올라간 눈꼬리, 오똑한 콧날, 쑥 내민 얼굴이 위엄있게 내려다봅니다. 중생들의 기도를 잘 들어주는 석불이라고 합니다. 기도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도솔암에서 내원궁을 오르는 108계단. 사진=박준환 기자
도솔암에서 내원궁을 오르는 108계단. 사진=박준환 기자

108계단을 겨우 올라 지장보살님이 모셔진 내원궁에 발을 내디디면 숨이 턱에 찼습니다. 그렇지만 눈앞에는 진경이 펼쳐졌습니다. 선운산 전체가 보였습니다. 바로 눈앞에 높이 284m의 천마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었죠. 자세히 보면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의 헉헉 거리는 소리가 귀에 와닿았습니다. 푸른 잎을 내놓은 소나무가 봄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내원궁에서 바라다본 천마봉.사진=박준환 기자
내원궁에서 바라다본 천마봉.사진=박준환 기자

도선사 산문을 나설 때 마음은 가볍다. 입산 하는 사람들의 각오와 산을 내려오는 깨달은 자들의 해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운사 일주문. 사진=박준환 기자
선운사 일주문. 사진=박준환 기자

도선사 일주문 밖에는 산해진미가 기다립니다. 풍천장어 집이 곳곳에서 객을 기다립니다. 저도 그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두둑이 배를 채우고 기름진 김제평야를 지내 동진강과 만경강을 건너 서해안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도 배는 고픈 줄을 몰랐습니다.집에 도착해 지친 몸을 누여도 산바람 물소리, 스님의 나즈막한 불경과 목탁소리가 귀에서 계속 울렸습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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