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19% 인상 납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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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19% 인상 납득 어렵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3.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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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실패를 세금 폭탄으로 전가

정부가 3월15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놓고 말들이 많다.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에서부터 부동선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세게 세금폭탄으로 전가한다는 등 여러 가지 불만섞인 말들이 나돌고 있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은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19% 넘게 오른다. 공시가격 상승률을 본 주택소비자인 국민들은 하도 많이 올라 어안이 벙벙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4.44%에서 2018년 5.02%, 2019년 5.23%에 이어 지난해 5.98% 등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런데 올해는 두 자리 숫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참여정부 때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린 2007년 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15일 발표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 현황. 사진=국토교통부
15일 발표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 현황. 사진=국토교통부

최근 공동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세종은 작년에 비해 70.68% 급등하고 경기는 23.96%, 대전은 20.57% 오른다.

서울은 19.91%, 부산은 19.67% 오르고 울산은 18.68% 상승한다.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상승률이 떨어지는 곳은 제주도로 1.72%다.

공기사격을 올린 국토부의 설명은 간단하다. 그래서 국민의 분노를 치솟게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시세가 지난해 워낙 많이 올랐기에 공시가격도 그만큼 많이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의 중위값은 전국 1억6000만 원이다. 지역별로는 세종이 4억2300만 원으로 가장 비싸고 그 다음으로 서울 3억8000만 원, 경기 2억800만원, 대구 1억700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가격공시를 시행한 2006년 이래 처음으로 중위가격 순위가 바뀐 것이다.그런데 누가 가격을 올려달라고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택소유자들을 더 열받게 하는 것은 앞으로 나올 세금이다.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되는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등 각종 세제 부과 기준이 됨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에도 사용된다. 공시가격 상승은 종부세, 재산세,건강보험료 인상과 직결된다. 집 한 채를 갖고 산 주택소유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세금폭탄을 맞는 꼴이 됐다.

서울 강서구, 동대문구 등 강남북의 모든 구의 집을 가진 사람이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광진구에서는 공시가격은 20% 올랐는데 보유세는 43% 오를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재산세는 공시가 인상률과 비슷한 24%지만 종부세가 2배 넘게 인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찾아보면 이보다 더 심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보유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면 주택 수요자는 종부세를 부담하는 것 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도 빼앗긴다. 그 때문에 월평균 12만원 건강보험료를 새로 내야 하는 은퇴자도 1만8000명이나 된다. 이들은 재산세·종부세를 합친 보유세 부담 폭등에 이어 건보료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니 울화통이 치밀법도 하다. 

사는 집 한 채만 가지고 있고 투기도 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시가격을 올리고 세금을 때리는 것은 소유한 데 대한 벌금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교묘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 1가구1주택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인 52만5000호, 서울은 16%인 41만3000호라고 한다. 전체의 92%가 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색을 냈다. 국민 이간질이다. 52만 5000호, 41만 3000호가 적은 숫자인가?

온 나라를 벌집쑤셔놓은 듯 만든 공시가격 인상의 뿌리는 집값 폭등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마치 자기 책임은 없는 양 시세가 올렸으니 공시가격을 올릴 뿐이라고 한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4개월 중 40개월 동안 집값이 쉼없이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값은 78% 뛰었다.  2017년 6억 원 정도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금은 9억 원을 넘어 1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공동주택의 평균값은 9억 9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2017년 전국 9만2192호에서 469% 증가했고 서울은 8만8560호에서 366% 늘어났다.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서울의 초고층 아파트 전경. 사진=픽사베이

이는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가져온 대참사의 결과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총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안정은커녕 부동산 가격은 더 올랐다.  "25번의 부동산 정책에서 남은 것은 공시가 폭탄"이라는 시쳇말에 정부는 뭐라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문제는 올해 만이 아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라 앞으로 계속 올리겠다고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로드맵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30년까지 90%로 올라간다. 9억 원 미만은 2030년까지 현실화율이 90%에 닿지만 9억~15억 원은 2027년, 15억 원 이상 주택은 2025년에 90%에 도달하는 식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금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저금리 속에 풀려 갈길을 잃은 엄청난 유동성은 값이 오를 요지만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힘있는 자와 공기관의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도 만연하고 있다. '부동산 적폐'라는 말로 본질을 호도해서는 곪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미 입주민 카페 중심으로 집단 이의신청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강남 고가 단지뿐 아니라 서울 외곽과 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을 정부가 모를리 없을 것이다.   

부동산 실정,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책임을 냉정하게 수용한다음 해결책을 찾는게 순서다.뼈를 깎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주택소비자 국민들이 공시가격 인상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가 풀어야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경실련 관계자가 한 신문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0점'보다 못한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다고 한 말을 정부는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잘못은 정부가 저질러놓고 부담은 집가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로 실정을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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