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아시아 범죄조직 동원 정제유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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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아시아 범죄조직 동원 정제유 밀수"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3.2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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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정제유 수입 상한선 50만 배럴...불법 환적 통해 그 이상 수입

북한이 중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범죄조직을 이용해 정제유를 불법환적해 밀수하고 있는 정황이 든 보고서가 나왔다.보고서는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로 규정하고 있는 연간 50만 배럴의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어기고 지난해에도 그 이상의 정제유를 불법 환적을 통한 밀수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의 묵인하에 공해상에서 중국 선박과 북한 유조선간 원유 불법환적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은 많았지만 범죄조직을 이용해 북한이 원유를 불법 환적해 밀수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해상에서 국적 미상의 선박과 북한 유조선 안산1호가 이틀 연속으로 환적하고 있다. 사진=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캡쳐
공해상에서 국적 미상의 선박과 북한 유조선 안산1호가 이틀 연속으로 환적하고 있다. 사진=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캡쳐

미국 워싱턴의 안보연구기관인 ‘C4ADS(선진국방센터)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22일(현시시각) '검은 금: 북한의 기름확보연결망(Black Gold: Exposing North Korea’s Oil Procurement Network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전했다. 

RFA에 따르면, 북한은 정제유를 합법적인 석유시장에서 구입해 훨씬 비싼 가격으로 암시장에서 파는 동아시아 내 밀수범죄조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그 실례로 2020년 8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단에서 북한에 정제유를 운반한 혐의로 제재권고 선박으로 지정한 '다이아몬드 8' 호를 소개했다.

C4ADS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다이아몬드 8호의 정제유 불법환적 배후를 조사했는데 거기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윈슨그룹(Winson Group)이라는 석유거래회사가 있다고 밝혔다. 윈슨그룹 설립자인 토니 텅(Tony Tung)은 이미 복수의 밀수와 뇌물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의 정제유 밀수는 중국 본토의 푸졘(Fujian) 지역과 연계돼 있는데 이 지역은 오랫동안 담배, 야생동물, 마약 등의 밀수가 행해져온 곳이라면서 북한이 이곳 범죄조직을 통해 정제유를 불법환적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와 NYT의 설명이다.

다이아몬드 8호의 정제유 불법환적을 심층 취재해 영상으로 소개한 NYT는 이날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범죄조직을 통한 정제유 밀수와 같은 불법활동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지난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은 불법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북한이 그 틈을 이용해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중국 내 선박연결망에 의존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불법환적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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