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군대는 당나라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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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군대는 당나라 군대?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1.03.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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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에 만연한 성폭력 풍조탓에 여군 이탈율 꾸준히 증가

UN 평화유지군으로서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캐나다군 내부에 성폭력 풍조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최대일간지 르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새로 입대하는 여군 신병과 전역을 택하는 여군의 숫자가 엇비슷할 정도로 캐나다군 내부에 여성혐오 및 성폭력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폭로했다.

백인 장교들만 모인 사진 아래에 붙은 '다양성이 우리를 더 강하게 해준다'는 설명으로 캐나다군이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사진=르주르날드몽레알
백인 장교들만 모인 사진 아래에 붙은 '다양성이 우리를 더 강하게 해준다'는 설명으로 캐나다군이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사진=르주르날드몽레알

3월5일  현재 캐나다군 전체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16.2%로서 여전히 미미하긴 하나 2015년의 15%에 비하면 늘어난 수치임은 분명하며, 해마다 입대하는 여군 신병의 숫자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여군 신병에 맞먹는 인원이 군문을 떠난다는 것이다.

먼저 캐나다 여군 입대 현황을 보면 2015년에는 938명이 입대했고 2020년에는 1665명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2015년 882명인 여군 제대자 또한 2020년에는 1238명으로 증가했다.

캐나다군의 인적자원을 총괄 담당하는 헤이든 에드먼드슨(Haydn Edmundson) 해군 준장은 이 달 초 의회에 출석해 캐나다군 내부의 성평등 의식을 개선하려면 여군의 비율이 30%는 돼야 한다면서 오는 2026년까지 여군 비율을 최소한 25%까지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매우 크다.

캐나다 여군들이 군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군 내부에 만연한 성폭력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캐나다군 내부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5년 마리 데샹(Marie Deschamps, 은퇴) 판사는 캐나다 군대의 성폭력 문제에 관한 보고서에서 "캐나다 군에 만연한 여성과 성 소수자(LGBTQ)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는 심각한 성희롱 및 성폭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당시 캐나다 국방부는 '명예작전(Operation HONOUR)'이란 이름으로 여군 신병 충원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그런데 이 작전을 시작한 조너선 밴스(Jonathan Vance) 참모총장과 후임 아트 맥도널드(Art MacDonald) 장군마저 최근들어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르짓 샤잔(Harjit Sajjan) 캐나다 국방부 장관은 5년 전 단 6명에 그친 여성 지휘관이 현재는 14명으로 늘어났으니 이는 분명한 개선이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그 여성 지휘관 중에서 가장 존경받은 엘레노어 테일러(Eleanor Taylor) 중령마저 아트 맥도널드 참모총장의 '역겨운 행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테일러 중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나토군 지휘관 중 유일한 여성이자, 캐나다 여군 사상 최초로 보병대대 지휘관을 맡을 정도로 유능한 군인이었다.

오는 10월 18일까지 캐나다 군법회의가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건은 모두 29건인데, 이중 15건이 성폭력 건이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군내 성폭력 희생자를 지원하는 'It`s Just 700'이라는 단체는 대부분의 군 성폭력 희생자들이 침묵을 택한다면서 자기들이 입수한 일부 사례를 소개했다.

"집단강간을 당했다", "교관에게 강간당했다", "프리킷함 훈련 중 4명에게 강간당했다", "보스니아 파병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당했다", "사건을 신고한 후 나는 문제인물로 찍혔고 전출을 당했으나 나를 성폭행한 사람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다들 그게 전통이라고 한다."

2018년, 캐나다 통계청 조사 결과, 매일 캐나다 군인 4명(정규군 900명/보충병 600명)이 임무 중에 성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셸 드라뽀(Michel Drapeau) 예비역 대령은 이는 지극히 심각한 상황으로서 캐나다 공수연대 병사들이 소말리아 청년을 고문, 살해한 1993년 소말리아 사건만큼이나 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뽀 대령은 당시 쟝 크레띠엥(Jean Chrétien) 연방수상이 즉각 해당연대를 해체하고 장교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 강력한 충격요법을 실시한 데 반해 그 이후의 정부는 그저 국방부와 해당 부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캐나다군의 치부만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캐나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권의 선진국이며, 모병제로 운영되는 캐나다군은 정규군의 경우, 최소 연봉 4만 달러 이상을 받으며 학비, 의료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그야말로 꿈의 군대다. 그런데도 듣기만 해도 머리털이 곤두서는 온갖 성폭력 행위가 만연해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군대의 규모나 훈련의 강도, 일상적 병영생활의 스트레스 정도를 감안하자면 대한민국 군대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군대가 아닐까? 그런데도 트랜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의 사례에서 보듯 대한민국 여성계의 한국 군대와 병사들에 대한 반감과 비하와 조롱은 해가 갈수록 그 강도가 더해가는 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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