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일 샌즈 기업들의 고민...현금이냐 환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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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일 샌즈 기업들의 고민...현금이냐 환경이냐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1.04.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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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각종 광물과 석유, 목재 등 없는 게 없는 나라다. 광활한 땅에 천혜의 자원을 갖춘 나라니 하느님이 축복을 내린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나라에도 고민은 있다. 전세계에 부는 탈탄소 바람,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가는 에너지 전환의 대세가 캐나다에 고민거리를 던진 것이다.

캐나다 석유회사 썬코어에너지의 오일샌즈 표본. 사진=썬코어에너지
캐나다 석유회사 썬코어에너지의 오일샌즈 표본. 사진=썬코어에너지

캐나다는 산유국이다. 캐나다의 기름은 대부분 오일샌드 형태로 생산된다. 즉 오일샌드는 기름기가 많은 모래 혹은 암석 사암이다. 대략 85%의 점토와 10%의 역청(비투멘) 등의 중질유, 물 5%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비투멘은 점성도가 매우 높은 반고체 상태의 중질유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대단히 끈적끈적한 석유라고 할 수 있다. 이걸 녹여서 액체 상태의 원유로 만드려면 많은 열을 투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대략 2t의 오일샌드에서 원유 1배럴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캐나다의 대형 오일샌드 업체들은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면서 원유수요가 커졌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캐나다의 대표  석유회사 캐나디언 내추럴 리소시스, 썬코어에너지,세노버스 에너지 등은 요즘 생각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큰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광산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의 보도는 한 예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캐나디언 내추럴 리소시는 올해 최대 54억 캐나다달러(미화 43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6억9200만 캐나다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난다.

썬코어도 올해 4억 캐나다달러, 2023년 10억 캐나다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세노버스도 지난해 손실에서 올해 35억 캐나다달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 맥머레이 노천 광산에서 오일샌즈 240~380t을 운송하는 초대형 트럭.이 트럭은 하루 50만t의 오일샌즈를 가공공장으로 운송한다. 사진=썬코어에너지
캐나다 앨버타주 맥머레이 노천 광산에서 오일샌즈 240~380t을 운송하는 초대형 트럭.이 트럭은 하루 50만t의 오일샌즈를 가공공장으로 운송한다. 사진=썬코어에너지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번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빼고 남은 남은 현금을 말한다. 철저하게 현금 유입과 유출만 따져 돈이 회사에 얼마 남았는지를 나타낸다. 잉여현금흐름은 배당금이나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쓸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다.

캐나다 석유회사들의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잘 번다는 것이자 현금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다. 이는 또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주거나 빚을 갚을 여력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 없다. 기업 주가 상승의 호재가 아닐 수 없다.캐나다 석유회사들은 잉여현금흐름으로 빚을 갚고 주주 배당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주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캐나다 석유회사들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바로 환경 문제다. 환경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캐나다 석유기업들의 이런 전략을 무조건 반기지는 않는다는 게문제다.

다시 말해 캐나다 석유회사들은 수익 증가에도  수익과 향후 수십년 간의 자사 사업 비중의 향배를 판가름지을 청정연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와 가스는 캐나다 경제의 견인차이기도 하지만 캐나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으로 캐나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6%를 차지했다. 급기야 쥐스땡 트뤼도 총리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순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썬라이프파이낸셜(Sun Life Financial) 자회사인SLC자산운용과 같은 일부 금융회사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않는 기업에게는 한푼도 대출하지 않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을 중시하는 투자자와 금융회사들이 저탄소 미래로 이행하기 위한 전환 프로젝트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금을 빼겠다고 경고하고 있기에 석유회사들의 고민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더 공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팀 맥케이(TIM McKay) 캐나디언 내추럴 리소시스 대표이사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마이닝닷컴에 "우리 회사는 대차대조표를 중시한다"면서 "부채 상환이 최우선 순위"라고 덧붙였다.

썬코어는 지난  2월 추가 현금은 부채상환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면서 자본금의 10%를 풍력단지와 열병합발전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세노버스 역시 올해 부채감축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잉여현금 흐름이 여기에 투입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의 대세는 바뀐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석유산업의 중심 주인 앨버타주는 탄소포집 개발을 위한 10년 계획에 연방정부가 300억 캐나다달러를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연방정부는 탄소포집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석유기업에 분담시킬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한다.

뱅크오브몬트리올도  2050년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를 정해놓고 있고 캐나다 2대 은행인 도미인뱅크의 안드레아 배럭(Andrea Barrack) 지속가능성부문 글로벌 대표가 "화석연료 기업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는 데 채찍보다 당근을 사용하려고 하다"고 못박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석유회사들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배당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주정부와 연방정부, 금융회사를 비롯한 투자회사들의 흐름의 물꼬를 거꾸로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은 청정연료 이행 가속화에 실패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화석연료 회사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캐나다 석유회사들은 배당을 늘리고 빚을 줄일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고 있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더 줄이는데  투자할 수 있는 현금여력도 더 가지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썬코어도  지난달 캐나다의 탄소포집기술 보유회사 시반테(Svante) 에 투자하기로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말과 현실은 다르며 온실가스 배출제로는 앞으로도 먼 훗날에나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빚을 갚고 주주들에게 줘야할 돈을 에너지 전환에 쏟는다는 것은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 그렇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 온실가스 배출 제로라는 그럴듯한 수사가 당장 돈놓고 돈을 먹는 투자 세계의 현실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캐나다 석유회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눈앞의 주주 지지냐 미래냐를 선택해야 한다. 

캐나다 석유회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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