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프라 투자 계획, 철 구리 알루미늄 등 연간 1조 달러 구매"
상태바
"美 인프라 투자 계획, 철 구리 알루미늄 등 연간 1조 달러 구매"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4.04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RU그룹 추정...중국의 원자재 싹쓸이가 걸림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키고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방침을 밝힘에 따라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원자재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원자재 생산국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싹쓸이한 탓에 원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웃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근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필요한 원자재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사진=백악관
웃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근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필요한 원자재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사진=백악관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야후파이낸스는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시키면서 인프라투자 패키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1일(현시각) 이같이 전했다. 

도로와 교량의 건설을 위해서는 강철, 시멘트, 타르머캐덤(아스팔트)이 필요하다. 배터리에는 코발트, 리튬 등 양극재 원료와 흑연 음극재, 희토류가 필요하다. 전기차와 충전소, 풍력 터빈과 태양광 발전에는 구리가 없으면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추진으로 원자재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컨설팅회사 CRU 그룹은 앞으로 철강 연간 600만t, 구리 11만t, 알루미늄 14만t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며 그 구매액이 1조 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중국 청산그룹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스테인리스강 공장 전경. 사진=청산그룹 동영상 캡쳐
중국 청산그룹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스테인리스강 공장 전경. 사진=청산그룹 동영상 캡쳐

문제는 이런 원자재들을 미국에 앞서 중국이 싹쓸이를 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또 코발트를 주요 생산국인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 코발트 광산에 중국은 투자를 해왔다. 전세계 구리의 약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은 구리 원광과 구리 제품을 다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2020년 3월과 4월에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봉쇄에 들어가고 상품 가격이 폭락하자 매수에 나섰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미가공 구리(unwrought copper) 수입량은 670만t으로 2019년에 비해 30%나 늘어난 것이다. 전년 연간 기록보다 140만t이나 더 많은 양이다. 140만t은 미국의 연간 구리 소비량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중개업체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가준비국(SRB)이 가격 하락기에 30만~50만t의 구리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의 대량 구매로 탓에 구리 가격은 2020년 3월보다 두 배 가량 오른 t당 9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콩코드리소스의 마크 한센은 향후 18개월 안에 구리 가격이 기존의 사상 최고치인 1만190달러를 넘어 t당 1만2000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중개업체인 트라피규라 그룹은 구리가격이 1만5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20년 동안 엄청난 자금을 인프라에 투자한 탓에 전 세계 금속 수요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폭발하는 수요 충당을 위해 중국 기업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이나 페루, 인도네시아, 호주 등 주요 광업국에서 광산 사업을 인수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또한 상품 중개회사들을 매수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인도 이코노믹타임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인도 이코노믹타임스

 

중국은 미얀마와 인도, 마다카스카르, 미국의 생산 등으로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독점국 지위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지배국이다. 희토류는 모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금속이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핵심 광물인 리튬, 코발트, 니켈과 음극재 원료인  흑연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원료 금속의 23%를 채굴하지만, 중간 가공의 무려 8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추이. 미국과 미얀마,호주 등의 생산으로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스타티스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추이. 미국과 미얀마,호주 등의 생산으로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스타티스타

중국은 3월에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전략 비축물자 보유를 포함한 에너지와 원자재 보유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의 전 관리는 상품 안보에 대한 중국의 견해를 “다양한 상품을 비축한다. 특히 공급이 부족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 가격 변동이 큰 것, 정치 및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서 생산된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관심은 그동안 중동의 석유자원이었다. 구리나 다른 금속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구리 수요가 급증했을 때 미국에서는 오히려 구리 수요가 줄었다. 경기부양책 탓에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멀리 보고 전략 차원에서 원자재를 확보한 반면 원자재와 그 공급망을  안일하게 생각한 미국은 빈손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원자재 확보가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