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한파로 텍사스주(州)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TV 등 가전과 스마트폰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내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에 비해 0.47%(400원) 내린 8만5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이에 따라 이날 시가총액은 511조 134억 원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 22분 현재 전날보다 0.12%(100원) 하락한 8만59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19% 증가했다고 공시했는데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실적 발표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이 내 놓은 탓에 주가가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영업이익 9조 3000억 원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연결기준)이 각각 65조 원과 9조 300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8%, 44.19% 늘어난 것이다.
1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66조9600억 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1분기로만 한정하면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9조 500억 원보다 많았으며,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을 누린 2018년 1분기 15조6400억 원에 이은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잠정실적에서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다. 증권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나타난 억눌린 소비가 실행되면서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출하량과 생활가전 판매가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반도체 실적을 만회한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가는 스마트폰 분야 영업이익을 4조 1500억 원, 가전 1조 원으로 각각 추정한다.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보다 20% 준 3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갤럭시,비스포크가 일등공신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을 스마트폰 즉 갤럭시와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가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까지 서버·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이끌었지만 올해 들어 스마트폰 갤럭시 S21의 흥행과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新)가전이 흥행하며 이익을 크게 늘린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한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4조15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530억 원에 비해 56% 늘어난 것이다. 플래그십인 갤럭시S21의 조기 출시와 판매 호조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 보급형 갤럭시A의 인기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을 당초 전망치보다 많은 7500만~760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로 지난해 1분기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갤럭시S21 초기 판매량이 전작 대비 30% 올랐고 중저가폰 갤럭시 A시리즈를 강화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갤럭시 버즈 등 마진율이 높은 웨어러블 기기 판매도 크게 늘었다.
TV·가전이 주력인 CE(생활가전) 부문도 코로나19의 '펜트업(Pent-up:억눌린)', '집콕(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것)' 수요 덕분에 본격 소비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조 원 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7500억~1조 2000억 원대에 이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연초 네오(Neo)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등 고가의 신제품 출시로 기존 프리미엄 QLED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의 프로모션을 강화하면서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해외 판매를 본격화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TV와 생활가전이 포함된 소비자 가전(CE)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에 육박한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못 미치는 부진
반도체(DS) 부문은 전 세계적인 메모리 칩 수요 증가에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감소한 3조5000억~ 3조6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반도체는 연초 D램 가격이 상승했지만 6개월 이상 장기계약을 맺는 거래 특성상 1분기 실적에 오른 가격이 곧바로 반영되지 않았고 극자외선(EUV) 등 공정개선 전환도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동기(3조9890억 원)과 비교해 3890억~6890억 원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3조8520억 원과 비교해서도 다소 부진하다. 증권가는 미국 오스틴 팹의 가동 중단으로 3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에는 1분기와 반대로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 상승에도 평택 2기 반도체 공장 가동에 따른 팹(공장) 비용 증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 LSI(대규모 집적회로) 등 비메모리 부문의 손익 악화가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D램 가격 상승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고 낸드플래시도 상승세로 돌아서면 2분기에는 반도체가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